[신상돈 야구보기]
기사입력 1996년 08월 19일 15시 26분
**'동네북 OB' 이유있는 꼴찌 정말 못말리는 사람들이다. 몸에 좋다면 무엇이든지 먹어대는 사람들이 결국 우리민족을 `야만족'으로 만들어 놓았다.
국제적인 망신을 한 것은 둘째치더라도 태국에서 벌어진 일들은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할 문제다.
곰 밀도살혐의로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는 보도와 함께 TV가 쏟아내는 장면은 정말 눈뜨고 볼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다.
보신관광을 하는 한국사람에게 곰은 수난의 대상이다.
발목을 잘라 요리를 하지 않나, 곰을 철장에 가두어 놓고 쓸개에 주사기를 끼워 이른바 웅담을 마시는 행위까지 하고 있다니 한번 생각하고 넘어갈 대목이다.
`의 곰'도 진짜 곰 못지 않은 고난을 당하고 있다.
작년 우승팀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OB 베어스가 꼴찌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짜 곰처럼 발목이 잘리고 쓸개가 손상이 돼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안아픈 선수가 열손가락 꼽을 정도란다.
작년 우승의 일등공신이었던 유격수이자 톱타자인 김민호가 허리디스크 증세로 쉬고 있는 것을 필두로, 포수이자 4번타자였던 도 허리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어 있다.
지난 5월에는 구원투수 가, 6월에는 1루수 김종석이 엄지 손가락부상, 7월에는 포수 이 어깨를 다쳐 한참을 쉬었다.
또 8월에는 에이스 이 오른쪽 쇄골 통증을 호소하며 2군서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
최근 OB의 신문기사 대부분은 "000 너마저…"라는 제목으로 선수 부상을 연이어 보도하고 있다.
그리고 꼴찌를 하고 있는 이유를 부상 때문으로 돌리고 있다.
구단도 감독의 머리속에도 부상때문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 같다.
과연 부상때문일까.
아니다.
OB가 헤매고 있는 것은 무기력증에 빠진 선수들의 정신자세가 우선이다.
야구경기를 하는 것이 밥벌이인 프로선수들에게 정신력을 강조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지만 OB선수들에게서는 승부욕을 전혀 찾아볼수가 없다.
경기는 나가서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 이긴들 진들 아무 상관이 없다는 태도들이다.
한마디로 전투력이 실종된 패잔병의 모습이다.
그런 현상은 경기전 라커룸에서부터 시작된다.
패하는 경기만을 해 피곤해진 고참들은 경기전 30분 취침은 기본적으로 해야 하고 이른바 새까만 후배들까지 눈치 한번 살피지 않고 벌러덩 드러 눕는단다.
패잔병이 아니면 할수 없는 위계질서다.
경기에 나서는 자세 또한 마찬가지다.
수비도 타격도 대충하면 된다는 식이다.
`소년장사'라는 유망주 의 슬럼프는 벌써 몇달째인가.
찬스때 타석에서 팀배팅을 하는 선수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선수들의 정신자세가 그러니 부상을 당할수밖에 없다.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이 자신의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시즌중에 부상을 당하는 선수가 속출하는 것일까.
그것은 팬들에 대한 배신행위다.
요즘 OB 베어스에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를 필두로 `OB 보양탕' `동네북 OB'가 바로 그것이다.
OB의 응원가처럼 `승리의 OB'로서는 진짜로 창피한 일이다.
OB의 주장대로 선수부상으로 지는 것은 어떻하겠는가.
남은 26경기만이라도 생동감 넘치는 OB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OB가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봉사하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