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설] Love Love Love ........이규형(72)
기사입력 1996년 08월 18일 16시 16분
## 물장사 이야기 (6).
가게 ‘장난감같은 까페’의 사장은 왕수희다. 그러나 엄밀하게얘기하면 다른 남자와 동업형태로 시작됐다.
스튜어디스 유니폼을 입고 일하던 ‘칵테일 체인점’시절에 이남자는 술집분위기를 보고 감탄을 했다. 소문을 듣고 일부러 보러왔다고 했다.
이것이 그녀의 아이디어란 것을 안 그는 대단히 놀랐고아직 대학생이라는 점에서 또한번 졌다는 표정을 지었었다.
"시간이 날때 한번 연락해줘요. 같이 일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바 테이블에 앉는 남자들은 대개 이런 식으로 한번쯤 여자바텐더를 유혹한다. 두어번 오면서 얼굴이 익을 때쯤엔 괜히 취미를 묻고쉬는날엔 뭐하고 지내냐며 궁금한척한다.
그리곤 취미가 영화면 영화관람, 여행이라면 같이 시외 드라이브,어떻게든 밖에서 한번 만나자며 꼬셔대는 것이다. 그녀에게도 물론그런 멘트들이 날아왔지만 늘 웃는 얼굴로 이렇게 답해줬다.
"우리학교 도서관에 오세요. 제가 종이컵 커피정도는 늘 대접해드릴께요. 졸업 학점이 모자라서 아주 헤매거든요.".
물론 도서관에 커피 마시러 온 남자는 없었다.
술집에서 만난여자애랑 같이 공부 할 일 있냐? 가게 안의 다른 여자들은 자기 맘에드는 남자가 있을 경우 오히려 자기쪽에서 유혹해댄다.
그러나 그녀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럴수가 없었다. 그녀는 늘기다리는 남자. 말할 필요도 없이 그 가게 사장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녀는 그 남자가 같이 일해보자며 명함을 건넬 때도 건성으로 받아서 집어 넣었다.
그 남자는 10분 정도 앉아서 가게 분위기를 보곤 곧바로 나갔는데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같이 일하던 가게 여자들이 하나씩 와선 어떤사이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누군지 모른다고 하자 모두 웃어댔다.
그 유명한 만화가를 어떻게 모르냐고 모두 그녀가 내숭떤다고 비아냥거리는 것 아닌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야.
그 남자가? 다른여자애들은 기가 막혀했다. 그녀는 소설은 좋아하지만 만화는 전혀보지 않는다.
그날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물장사 계통의 여자애들이 이 나라만화사업을 먹여 살린다는 것이다. 가게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 잠안오는 새벽시간 그리고 가게에 나오기까지 특별히 할 일이 없는 낮시간에 10∼20권 정도의 만화는 우습게 읽어치우는 것.
1년에 1천권을 본다는 얘기인데 대학내내 책 10권 안보는 애들이허다한걸 생각하면 이건 충격 그 자체였다.
애인을 만나서 뜨거운 시간을 지내지 않는 한 비디오 아니면 만화 이것이 물장사나라 여인의 기초적인 생활이었다. 어쨌든 그정도유명한 사람이라면 버릴 순 없다. 다시 꺼내본 그 명함의 남자에게그녀는 1년후에 연락을 하게 된다. 웃기는 얘기지만 그녀는 그때쯤에 그남자의 팬이 돼있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