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환] 그라운드의 제갈량
기사입력 1996년 08월 18일 13시 52분
## 개막전 집중마크 뚫고 V골 AS 그라운드의 제갈량. (尹晶煥.23.부천 ).
죽어서도 수레 뒤에 묶인채 한(漢)나라 대군을 물리쳤다는 제갈량의 재략을 물려 받은 듯 했다. 17일 광양에서 벌어진 전남-전에서 은 경기내내 보이지 않았다.
고교(광주 금호고) 선배인 김태영과 전남의 스위퍼 유동우에게 꽁꽁 묶여있었던 것. 올림픽팀에서 복귀한 뒤 프로 첫무대인 의 플레이는 그에게 오는 볼배급을 원천봉쇄하고 나선 전남 수비수들에게 가려지고 말았다. 23세 이하 선수들과 맞붙을 때와는 달리 어딘지 모른게 버거워 보였고 끈질기게 달라붙는 전남 수비수들의 별것 아닌 신경전에도 쉬 흥분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러나 찰나에 그의 진가는 여지없이 드러났다.
전반 38분.
전남 김태영에게 전반 내내 시달리더니 으로부터 넘어온 한방의 패스를 세르게이에게 완벽하게 헤딩패스를 넘겨줬고 그 짧은 공격 한차례가 이날의 승부를 갈라버렸다. 경기 내내 ` 죽이기'에 나서며 공격의 주도권을 틀어쥐었던 전남으로선 잠깐 한눈 파는 순간 그에게 허를 찔리고 만 것이다. "경기에선 이겼지만 에게 졌다"는 넋두리가 나올 법했다.
의 진가는 이런데 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 있고 자신이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을 때 난국을 헤쳐 나갈줄 아는 명석함. 비록 8강 진입에 실패하긴 했지만 이 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세계 어느 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것이었다. 경기를 마친 후 경기 내내 원천봉쇄를 당한 에게 어떤 주문을 했느냐는 질문에 니폼니시 감독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축구를 아는 선수다. 작전같은 건 없다."
곁에 있던 허정무 전남 감독은 ` 같은 모사(謀士)를 하나쯤 데리고 있었 으면…' 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