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대륙의 기인들 (3)
기사입력 1996년 08월 17일 16시 31분
조귀천은 입맛을 다시며 천천히 이소양의 나체를 극락주에 담갔다. 얼굴까지도 그대로 잠기는 이소야.순식간에 그의 몸은 초록물결속으로 사라져 갔다.조소영이 돌연 입을 열었다."놀랍군요. 그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극락주를 사용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안색이 크게 변하는 조귀천."엉뚱한 소리 말아라. 넌 분명 그가 마음에 든다고 했었다.""맞아요."조귀천은 매우 엄숙하게 말한다."넌 그를 찍어야 한다. 애비는 그와 짝을 맺게 해줄 생각이란 말이다."조소영은 역시 보통 아이가 아니다."그건 당연한거 아닌가요."의귀취선 조귀천의 입이 찢어지도록 벌어졌다."그는 명검을 소지하고 있었다. 또 신묘하게 보이는 채찍을 지니고 있으니 필경 범상치 않은 신분이리라."신검과 묵린향을 말함이리라.조소영이 빙그레 미소지었다."그것 때문에 그 사람을 살리는 거 아닙니까? 신분내력이 심상치 않기 때문에.""물론, 아니라고 말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너의 마음에 들었다는 사실이다.""나에 비해서 조금 늙기는 했어도 워낙 괜찮은 사내인걸."괜찮은 건 무엇을 말함인가?하여간 이들 부녀는 좀처럼 쉬게 이해되는 부류가 아니다. 중원대륙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해괴한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의귀취선이라 불리는 부친과 그의 딸의 등장도 사건은 사건이다."무림인을 사위로 삼지 않겠다고 했었지 않나요?"조소영의 질문에 조귀천의 대답은 지극히 간략하다."그랬지.""그는 무림인임이 분명하잖아요?""지난 날은 그랬었다."조소영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홀연 놀란 표정을 지었다."과거는 그랬지만 앞으로는…?""어림없다."의귀취선 조귀천의 단호한 음성.어린 달은 부친의 심사를 꿰뚫어 본다는 듯이 빙그레 웃음을 흘렸다."그를 새사람으로 만들 생각이군요?""흐흐흐. 너는 역시 옳다."조귀천은 무엇이 좋은지 싱글벙글거렸다. 조소영은 욕조안을 응시하며 뇌까리는데 그건 참으로 무서운 말이다."당신은 이제 당신의 모든 기억을 상실하게 될거예요. 오직 우리 부녀와 함께 자연와 의술을 친구로 살아가게 되는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