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 대륙의 기인들<제19화>
기사입력 1996년 08월 16일 17시 59분
**"좋아! 놈을 살리겠다" 무엇이 틀렸다는 것인가. 설마 이소야가 희망이 없다는 뜻인가. 그는 결국 이렇게 생을 마감하고야 마는가. 문득 조소영의 눈가에 이채가 떠올랐다. "의귀취선(醫鬼醉仙) 조귀천이 목숨을 장담한 사람을 이대로 포기한다면 그야말로 술주정을 한것이니까 두번 다시 술을 마실 생각을 말아야 할거예요." 조귀천이 얼떨떨한 눈으로 딸을 보았다. "내가 언제 이 녀석의 목숨을 장담했느냐?" "방금 전에 그랬죠." "난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 "분명히 이렇게 말했어요. 이 술주정뱅이 놈이 필경 내게 발견되지 않았다면 황천행이었을거라고. 그 말의 진의인즉 아버님의 눈에 띄었으니까 살아날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까?" 조소영의 영악한 반응에 의귀취선은 쓴 웃음을 흘렸다. "에구구... 내 팔자야." "아버님의 명성을 위해서라도 그를 구해야 할거예요." 조귀천은 갑자기 눈을 부라리며 딸의 아래 위를 훑어봤다. "계집아이야, 넌 이 녀석을 살리고 싶은 모양이구나." "맞아요." "보아하니 벌써 이 사내 녀석에게 호감을 지니고 있구나." "맞아요." "어디가 마음에 들어냐?" 조소영은 전혀 부끄러움 없이 이소야의 벌거벗은 몸뚱어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실로 어린 소녀의 행동이라고 일축하기에는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아버지란 작자 역시도 딸과 다름이 없다. "과연 사내를 보는 눈이 탁월하구나. 그래 이 놈은 확실히 달라." 조귀천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놈을 살리겠다. 몸뚤어리가 시원치 않았다면 난 정말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는 이소야의 알몸을 번쩍 안아들고 지하실로 향했다. "아버님을 그를 독주(毒酒)에 담그려고 하시는군요." "맞았다. 그는 극심한 내상(內傷)을 입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상(外傷) 또한 심상치가 않다. 이틀 동안 상처를 아물게 하고 이탈한 오장육부(五臟六腑)를 제자리에 돌아오도록 해야한다." 이들 부녀는 모옥의 지하실로 들어갔다. 냉기가 감도는 지하실. 그들은 어느 욕조(浴糟)앞에 멈추었다. 한사람이 드러 누울만한 공간에는 새파란 초록빛이 감도는 물이 찰랑거리고 있었다. 조귀천이 잠시 망설였다. "아깝다. 이 극락주(極樂酒)를 만들기 위해 아흔아홉 가지의 약, 독추를 배합하고 칠 년의 정성을 다하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