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이창호9단 ●목진석 2단

기사입력 1996년 08월 15일 16시 19분


## 본선 토너먼트 제7국

제 8 보 (136~155) =백 136까지. 이 9단은 `돌의 효율성이란 이런 것'이라는 하나의 전범(典範)을 보여준다. 우변 흑진에 던져놓은 백◎ 두점을 활용해 (백돌안의 △)의 」 울타리를 치고 그 배경으로, 뛰어든 흑을 눌러간다. 그리고도 백◎는 여전히 생환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목 2단은 좀처럼 다음 착수를 잇지 못한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1인자의 공격은 역시 남다른 매서움이 있다. 적시 적소, 아픈 곳만을 골라 꼭 한걸음씩 앞질러가지 않는가. 이 협곡에서 흑의 도주로는 백도 뻔히 알고 있는 외길에 가깝다. 문제는 그 결과가 흑쪽에 이롭지 않다는 것이다. 30분 30초. 남아 있는 제한시간을 모조리 쏟아붓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 공간은 너무 좁아 별다른 변화의 여지가 없다. 이윽고 흑 137부터 147까지 단숨에 이어진다. 예정되었던 길이다. 백 148은 절대. 섣불리 외면했다가는 흑 `가' 즉, 흑 1, 백 2 이하 흑 7까지 백(백돌안의 △)가 몽땅 떨어지는 참극이 벌어진다. 물론, 그런 만화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흑 149로 저항은 계속된다. 이제는 결과의 선악을 떠나 멈출 수도 없다. 멈추는 순간이 곧 패배의 시간이 될 테니까. 급하게 몰아치는 것도 아닌데 백의 손속은 하나 하나가 맵기 짝이 없다. 뺨을 후려치듯 백 150. 화끈거리는 볼을 쓰다듬을 시간도 없이 허겁지겁 흑 151로 잇는 심정이 쓰라린데 설상가상, 목 2단은 흑 153부터 초읽기에 몰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