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다시 고개든 선수구타
기사입력 1996년 08월 14일 16시 12분
선수 구타는 정말 필요악(必要惡)인가.
운동선수 구타에 대한 문제가 또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PC통신 등 공개토론마당에서는 아직도 공공연히 자행되는 지도자의 선수 폭력을 질타하는 글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얼마전 기자는 제천에 사는 한 독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인근에 모프로축구팀이 전지훈련을 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스타들의 훈련장면을 보기위해 찾아갔다고 한다. 그런데 그곳에서 어린 아들에게 보여줘선 안될 장면을 보여줬다며 후회막급이다.
선수들이 무슨 큰 죄를 졌는지 감독에게 얻어맞고 있었다는 것이다.
구타에 관련된 우울한 얘기들은 이처럼 프로축구판에서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다.
다음의 구타에 얽힌 짧은 일화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이미 몇해전 국내에 들어와 정착한 외국용병과 이제 막 국내에 들어온 외국선수가 한팀에 있었다.
훈련을 하던중 코칭스태프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한국선수에 구타를 가하자 뒤늦게 들어온 용병은 적이 놀라는 표정으로 선배 용병을 쳐다봤다. 그러자 그는 "It is Korean style(이건 한국식이야)!"하며 대수롭지 않은 듯 쳐다보더라는 거였다.
그렇다고 선수들이 쉽게 반항할 만한 처지도 못된다.
경기출전의 전권을 그들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일선지도자들은 한국축구가 그나마 이렇게 아시아 정상권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의 매' 덕택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폭력은 어떤 식으로도 정당화되고 합리화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하지 않으면 성적이 절대 오르지 않습니다."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하는 어느 일선 지도자의 독선이 정말 서글프게만 들릴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