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아웃25시②] 나사풀린 OB 선수들
기사입력 1996년 08월 14일 15시 31분
작년 챔피언에서 올해 꼴찌로 주저앉을 정도로 `변화의 물결'을 실감하고 있는 OB지만 아직 변하지 않은 게 딱 한가지 있다.
바로 선수들의 `여유로움'이다.
한달 가까이 꼴찌를 하고 있어도, `밥먹듯' 연패를 해도 선수들은 마치 남의 일인양 태연하기만 하다.
말이 좋아 `여유'지 제3자의 눈으로 볼때는 `한가로움'이나 다름이 없다.
선수들의 이런 `여유'는 곳곳에서 배어나온다.
경기전 라커룸에 가보면 속옷 하나 걸치지 않은채로 여기저기 심드렁히 누워있는 선수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뭐가 그리 피곤한지 고참들은 경기전 `30분 숙면'은 필수사항이고 후배들도 대충 눈치를 살피곤 벌러덩 누워버린다.
게임이 시작되면 더욱 볼만하다.
상대투수의 구질과 버릇 등을 유심히 지켜봐야할 타자들은 대기타자석에서 2~3명씩 모여 농담을 주고받는다.
5회쯤 지나고 불펜에서 몸을 푸는 다음투수들은 대타로나 나갈 셈인지 글러브 대신 방망이를 연신 휘두르며 히히덕 거린다.
타석에 서 있는 타자들은 진루타 보다는 `자기 스윙'만을 확실히 고집한다.
야구에 대한 진지함이란 눈을 씻고 찾아도 볼 수가 없다.
선수들의 이런 `여유' 뒤에는 일종의 `보상심리'가 도사리고 있다.
13년만의 우승이라는 엄청난 일을 해냈으니 이젠 조금 쉬어도 되지 않느냐는 의식들이 은연중에 퍼져 있다.
또 그럴듯한 핑계거리도 있다.
주전선수들의 군입대와 `도미노부상'으로 생긴 전력의 커다란 공백.
하지만 개인 몸관리를 소홀히 해 팀전력에 지장을 가져다준 선수들은 프로로서 연봉받을 자격이 없다.
지난 94년 초유의 팀이탈 파문을 일으키고 절치부심(切齒腐心), 이듬해 우승이라는 기적을 연출해 낸 팀 OB. 지금은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도 곧추 세워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