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환] 대표팀원정 백지화...상심의 계절 ♣
기사입력 1996년 08월 14일 14시 50분
**외국인 감독 영입설 겹쳐 착잡 박종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요즘 하루에도 몇번씩 도리질을 친다.
"이게 아닌데…."
에펠탑이 잡힐 듯하면서도 자꾸만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천안 일화를 박차고 나와 야인의 길을 걷기 시작할 때만해도 98년 프랑스월드컵 사령탑 정도는 떼논 당상쯤이었다.
하늘을 찌를 듯하던 5월의 뜨거운 축구열기를 등에 업은채 세계 최고의 클럽이라는 이탈리아 AC 과 를 연파할 때는 이미 프랑스행 티켓이 그의 손에 들어와 있는 듯 했다. `한국 최고가 세계 최고'라는 모 스포츠용품 회사의 광고처럼 여유만만한 미소를 지을 순간이 금방이라도 다가올 것 같았다.
몇차례 난항도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최근까진 시나리오대로 착착 진행됐다.
비록 한수 아래의 상대들이었지만 이달 초 베트남에서 벌어졌던 제11회 아시안컵 1조예선서 가볍게 3전 전승을 거뒀다.
오는 12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리는 제11회 아시안컵 본선서 `뭔가 보여주면' 프랑스 월드컵대표팀 감독 임명장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 그러기 위해선 대표팀을 상시체제로 끌어가야 했다.
아시안컵 1차예선에서 귀국했던 12일 공항에서 선수들에게 14일까지 재소집, 중-남미 5개국 원정을 준비하도록 한 것도 이같은 포석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런데 마른 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졌다.
가 13일 국내 프로축구 활성화를 위해 대표팀의 중-남미 원정을 돌연 백지화한 것.
지난달에도 아시안컵 예선을 위해 일찌감치 대표선수를 소집할 방침이었지만 프로구단들의 반대로 예정보다 보름씩이나 지연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충격은 지난번 사태와 강도면에서 비교도 되지 않는다.
당장 대표팀을 소집할 명분이 없는 것이다.
거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대표팀 감독으로 외국인을 영입한다는 소문까지 무성하다.
"물론 국내 프로축구 발전이 우선이다. 그렇지만 세계 축구의 변화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대표팀을 상시운영체제로 갖춰가야 할 것이라고 본다." 대권 삼수생의 하루는 지루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