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PC 통신에 부는 '일탈 신드롬'
기사입력 1996년 08월 14일 14시 28분
**자기 ID를 남의것인양 가장 '채팅' **'익면성' 이용 음당패설 탐닉등 역작용도 PC통신 마니아들 사이에 `일탈신드롬'이 일고 있다.
컴퓨터통신을 하면서 `제3자'를 가장해 또다른 만족을 추구하려는 바람이 일고 있는 것.
이는 PC통신이 갖는 `익면성'(匿面性)을 이용한 것으로 채팅을 할 때 자신의 ID를 사용하면서도 남의 것인냥 밝혀 `자신과 다른 나'로서의 새로운 경험을 맛보고 있다. 김종규군(21.S대 3년)은 "PC통신을 통해 채팅을 하다보면 삼촌이나 형, 동생 또는 친구의 ID를 대신 사용하고 있다고 `자수'하는 네티즌들이 많다"면서 "그러나 이 가운데 상당수는 거짓"이라고 말했다. 물론 PC통신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굳이 남의 ID라고 밝힐 필요가 없지만 채팅광들은 이미 대화방에 널리 알려져 있어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제3자 가장'이 불가피하다는 게 김군의 얘기. 다른 사람을 가장함으로써 남자가 여자로 둔갑할 수 있고 아이가 어른으로, 어른이 아이로, 유부남이 총각으로, 유부녀가 처녀 등으로 변신,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펴면서 일탈의 희열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평소와는 달리 음담패설을 하고 싶을 때는 부끄럽지 않게 얼굴에 철판을 까는 차원에서 남의 ID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제3자로의 가장이 처음 등장한 건 각 통신 네트워크 대화방 대부분이 연령이나 지역, 성별로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 이런 한계에 부딪힌 네티즌들이 해당 대화방에 맞는 `제3자'임을 내세워 참여하게 됐고 이에 따른 희열이 널리 공감을 얻으면서 PC통신에서의 `일탈'은 자칫 따분해지기 쉬운 컴퓨터 통신에 있어 신선함을 더해주는 청량제로까지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일탈주의자들 중 일부는 음담패설에 탐닉한다든가 폭언 등을 일삼아 건전한 PC통신 문화를 해치는 암적 존재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