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마을] 경남 남해군 남면 당항마을...장수촌
기사입력 1996년 08월 13일 18시 15분
**일흔살 아래 노인대접 꿈 못꿔 장수마을은 따로 있는 것일까. 젊은이들도 장수마을에 살기만 하면 오래 살 수 있는 것일까. 장수촌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경남 남해군 남면 당항마을. 경남 제1의 장수촌으로 알려져있다.
당항마을에선 70세 이하의 노인들은 함부로(?) 마을회관의 경로당을 기웃거리지도 못한다.
60대 노인들이 경로당을 기웃거릴때는 술-담배 심부름을 할 각오가 충분히 서 있었을 때에 한해서다. 주민 280명중 70세 이상이 37명이며, 65세 이상은 85명으로 마을주민의 대부분이 60세 이상이다.
그중에서도 이 마을에서 1세기를 살아온 장로(長老)로 추앙받았던 고 김귀악할머니는 당항마을의 자랑이기도 했다. 몇해전 100살 문턱에서 세상을 떠난 김귀악 할머니와 외아들 탁도석씨(75)를 통해 장수의 비결을 알아보기로했다.
김할머니의 식사습관은 정시에 소식(小食)을 원칙으로 했다. 반찬은 주로 뒷산에서 나오는 채소였다. 정종 한두잔에 담배는 입에 대지않았다. 새벽 5시에 눈을 떠 밤 10시가 되면 눈을 붙이는 취침습관 역시 1세기동안 철저히 지켰다고. 평생 밭일만하면서 살아온 김할머니의 취미 역시 `일'뿐이었다. 김할머니의 장수비결은 이렇게 요약된다.
소식, 채식, 정시 취침, 부지런함…. 다시 말해 스스로를 철저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정신력을 꼽을 수있다.
다음으로 외적조건이다.
외아들인 탁도석씨(75)와 며느리 박송자씨(67)의 김할머니에 대한 효성은 마을사람들이면 누군나 다 아는 사실이다. 또 당항마을은 풍수지리가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지세(地勢)가 좋은 곳 .
마을에 들어서면 겹겹이 둘러싼 산이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원산(猿山), 풍암산(風岩山), 그리고 호구산(虎丘山)으로 둘러싸인 이 마을은 마치 병풍을 둘러쳐 놓은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을 어귀를 들어서면 몸전체를 감싸는 공기가 한꺼번에 온몸을 청소해 주는 듯 짜릿한 신선감마저 들게한다.
마을의 또다른 자랑거리는 원산 꼭대기에서 우거진 방풍림을 따라 마을 집마다 공급되는 차겁고 깨끗한 물이다.
10대 면장을 지내고 마을에서 `욕쟁이'로 소문난 김정현 노인(85)은 당항마을의 장수비결을 이렇게 말한다.
"물맑고 공기좋고 여기다 자식들의 효도가 뒷받침되고 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