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마술사 [포커]
기사입력 1996년 08월 13일 17시 56분
**어려운 확률 무리한 기대 말라 수많은 사람들이 취미로 즐기는 포커는 어찌보면 다른 오락보다는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포커를 즐기려면 아무리 잃어도 돈으로 막을 수 있는 재력이나 어디서든 지지않을 실력 중 한가지는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1년에 한번 이상 포커를 쳐선 안된다는 충고를 감히 드리고 싶다.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알짜배기 건물 한채를 소유하고 있는 김모씨는 재력의 조건만은 확실히 갖춘 셈. 상대들 모두가 초보를 갓 벗어난 수준인데도 김씨는 거의 전패를 기록할 정도로 이름하여 `봉'이다.
상대의 액면이 그림과 같이 포플러시인데도, 김씨는 스트레이트를 뜨기 위해 끝까지 따라간다.
말도 안되는 게임 운영이지만, 김씨는 자신의 스트레이트는 하늘이 두쪽 나도 믿으면서, 남의 포플러시 확률은 철저히 무시하는 이상한 신조가 있었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이 젖는 법. 결국 몇달이 지나자 김씨는 필자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프로, 왜 난 할 때마다 깨지지? 뭐가 잘못된거야?"
"형님 잘못된것이 한두가지라야 일러드리죠, 형님은 하루라도 먼저 포커를 그만치시는 것이 상책입니다." 포커계에서는 자신의 노하우를 잘 얘기하지않는 법이다. 그러나 필자는 너무 심하게 말한 것 같다 싶어, 넌지시 한가지를 일러주었다. "앞으로 히든 카드는 아예 없다고 생각하고 게임하세요."
그러면 어려운 확률에 기대를 거는 무리한 운영이 많이 줄어든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이기는 판을 놓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무리하게 덤비는 일은 없어진다. 김씨는 그후 한달여가 지나 50%에 가까운 승률을 보였다. 반면 주변 사람들은 "`봉'이 사라졌다"며 몹시 아쉬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