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96애틀랜타 올림픽] 매너서도 금메달 따자
기사입력 1996년 08월 13일 17시 29분
**2-3위 하고도 "죄송합니다."연발 **1위집착 벗어나야…국민들은 모두에 박수를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세계 3위인 동메달을 따낸 한국선수와 임원의 첫 마디는 "죄송합니다"였다. 심지어는 세계 2위인 은메달을 딴 경우도 마치 약속이나 한듯 첫 마디는 똑같았다.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한국선수들은 시상대에서 큰죄라고 지은 듯이 고개를 숙이고 울먹이던 모습을 지켜본 세계 각국의 시청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금메달을 딴 덴마크와 동메달을 딴 선수들이 완전히 축제 분위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자축하는 동안 풀이 죽었던 여자 핸드볼선수들이 지은 죄목은 무엇인가. 오직 금메달이 아니면 메달이 아니라는 식의 사고방식은 이렇게 보여주어서는 안되는 선수들의 모습으로 이어졌다.
여자유도 준결승에서 조민선에게 패해 3,4위전으로 밀려난 네덜란드의 클라우디아 즈위어스는 동메달을 따는 순간 코치를 부둥켜 안고 5분을 넘게 울었다. TV와 신문기자들은 즈위어스를 붙잡고 인터뷰를 하느라 정신없이 붐볐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선수들은 적어도 4년간을 오로지 메달을 목표로 개인의 삶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생에 한번도 참가하기 어려운 기회에 금메달을 따지 못해서, 혹은 메달권에 들어가지 못해서 속상한 선수들의 마음을 어찌 팬들의 섭섭함에 비길 수 있겠는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당당히 고개를 들고 승자를 축하해 줄 수 있는 분위기를 이제는 팬들이 만들어주어야 한다.
`오직 금메달'이라는 강박관념은 우리 선수들을 얼마나 힘들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동메달을 딴 한국의 어느 선수는 준결승에서 패했다고 악수도 하지 않고 경기장을 나가버렸다.
메달리스트들의 특권인 인터뷰장에서도 시종 시무룩하고 침울한 분위기로 각국 기자들의 대답에 응하는 많은 한국선수들의 모습은 안타깝기까지 했다. 과연 그런 사례들이 선수들만의 잘못일까.
물론 나라 망신을 시킬 정도로 졸전에, 술을 먹고 행패까지 부린 남자농구팀과 야구 같은 경우는 예외다.
그러나 극소수의 `어물전 꼴뚜기'들을 제외하고는 우리 선수들은 어디에 내놔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잘 싸웠다. 한국을 대표해서 출전한 선수들이 혼신의 힘으로 세계의 건각들과 자웅을 겨룬다면, 승패와 상관없이 그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는 풍토를 만들자. 스포츠는 목숨을 거는 전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게임이라는 것을 모두 마음에 새기자. 그리고 이제부터는 매너에서도 금메달을 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