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 애욕의 소용돌이(18화)

기사입력 1996년 08월 13일 17시 24분


**노인이 이소야 부친일줄은...

무현왕자와 아비라 왕녀는 거의 동시에 소리쳤다.

"왜 그를 죽였소?"

일국의 왕손들이 한 무림인의 죽음에 이토록 분개하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리라.

이효봉은 그들을 번갈아 보며 실소를 흘렸다.

"그는 마땅히 죽어야할 짓을 저질렀소."

아비라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억누르며 일국의 왕녀답게 의연히 말했다.

"만일 그의 죄상을 내가 인정하지 못한다면 난 그대를 살려두지 않을 것이오."

이효봉은 씁쓰레한 표정을 지었다.

"보아하니 소저는 청국의 왕녀로군."

"그렇소."

"그렇다면 우린 피차 생사를 겨뤄야할 충분한 이유가 있군."

아비라는 이해되지 않는 얼굴이었다.

"내게도 원한이 있나요?"

이효봉은 엄숙하게 말했다.

"청국에서 원하는 물건을 내가 지켜야 하기 때문이오 분명 그대들은 그것을 탈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테고."

아비라는 고개를 가우뚱거렸다.

"물건이라니요?"

이효봉의 시선이 강문호에게 멈추었다.

"해동검결."

무현이 훔칫 놀라고 있었다. 아비라가 빠르게 질문했다.

"당신은 누구죠?"

이효봉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난 그 물건을 지키길 원하고 당신들은 내 목숨을 원하니 우린 단지 피를 봐야할 뿐이오. 어차피 살고 죽는건 우리의 뜻이 아니니 시작합시다."

무현이 이효봉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귀하가 해동검결을 지니고 있단 말이오?"

이효봉은 거침없이 대꾸했다.

"그렇소."

그의 대답이 거짓이라는 것은 누구도 안다. 바로 그들이 해동검결과 연관된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아비라의 음성이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당신은 그래서 이소야를 해진 것이군요. 해동검결 때문에!"

무현왕자의 안색이 변했다.

"그것이 목적이었다면 귀하는 나를 찾아 왔어야 했소."

이효봉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것은 우리 가문의 일이었소."

갑자기 무현과 아비라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소야를 해친 이유가 가문과 연관이 있다니 과연 이 노인의 신분이 무엇이란 말이가?

이효봉이 그들의 답답함을 단숨에 풀어주고 있었다.

"난 동방산장의 장주 이효봉이오."

무현왕자와 아비라 왕녀는 혼비백산하고 만다. 설마 목전의 그 노인이 이소야의 부친일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