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 애욕의 소용돌이 (제18화)
기사입력 1996년 08월 12일 17시 46분
그는 등을 보이고 있었다.
멀리 절벽 아래를 굽어보며 정좌한 자세는 마치 신선이 되기 위해 도(道)를 닦는
듯한 모습이다.
반가운 마음이 동시에 아비라와 무현에게 솟구쳤다. 이소야와의 만남은 비록 짧은의
기간이었지만 그들에게는 특별한 존재로 이미 인식 되어진 까닭이었다.
이소야는 분명평범하지 않았다.
그 자신은 언제나 범상하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그를 대한 사람들은 누구나 그를
비범하게 느끼는 것이다.
이들 역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야-."
무현은 그를 크게 부르며 달려갔다.
그러한 무현을 제지하는 아비라왕녀. 무현왕자는 어리둥절하다.
"왜 그러시오?"
아비라 왕년는 굳어진 신색으로 가벼운 턱짓을 했다.
고개를 돌리던 무현이 흠칫 몸을 도사렸다.
여인의 시신.
투명한 햇살아래 응고된 핏물이 섬뜩하다.
"그는 이소야가 아니에요."
아비라의 목소리는 더 섬뜩하게 울렸다.
무현왕자는 엄습하는 긴장감으로 파르르 입술이 떨렸다.
"그럼 … 이소야는?"
아비라는 오히려 침착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에게 알아봐야조>"
그들은 실혼인 강문호를 대동하고 벼랑의 끝으로 다가갔다.
이소야로 짐작했던 인물은 전혀 미동도 않고 있었다.
석상(石像)이 따로 없었다.
지금 이노인이 바로 돌처럼 굳어진 모습이었다.
그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절벽아래를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어찌보면 넋이나간 얼굴이었다.
그렇지만 청수하고 고고한 인품은 숨기기가 쉽지 않았다.
동방산장의 이효봉.
그는 방을 지새운 기색이 역력하다.
아비라가 물었다.
"노인장이 저 여인을 해쳤소?"
이효봉은 말이없다. 그러나 고개를 끄덕여 수긍한다.
이번에는 무현왕자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혹시 젊은 사내도 해쳤소?
이번에도 노인은 고개를 아래 위로 끄덕였다.
아비라는 다급해졌다.
"혹시 그 사람이 동방산장의 이소야가 아니오?"
그제서야 노인의 고개가 돌려졌다.
참을 수 없는 슬픔이 가득한 눈빛은 형용할 수 없는 아픔으로 다가왔다.
"왜 아니라고 생각하오?"
노인은 반문했다.
그건 긍정이었고 이 순간 아비라와 무현은 동시에 충격을 이기지 못했다.
그들은 치밀어 오르는 살기를 억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