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이창호 9단 ●목진석 2단
기사입력 1996년 08월 12일 16시 06분
**흑105까지 목숨건졌지만 결과 참혹 본선 토너먼트 제7국 제5보(82~106)=이 일대의 접전에서 흑 백 쌍방이 쏟아부은 시간은 약 40분. 흑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 입장이 좀 낫기는 하지만 백도 거꾸로 잡힐 경우 부담이 결코 작지만은 않다. 피차 신중할 수밖에. 흑 83이 유일한 저항수단. 이하 백 90까지 살얼음판 같은 외길을 밟는다. 두기사 모두 쉽게 돌을 내려놓지 않는다. 과연 외길인가. 다른 흑 1에 치중하는 수는 없을까. 일단 형태의 급소인데. 침묵 속에 시간이 흐른다. 20여분 뒤 흑 91. 흑 1은 백 2, 흑 3 다음 백 4가 선수로 듣고 있어 안된다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또 외길이다. 백 92 다음 10여분이나 뜸을 들였지만 흑 93보다 나은 수는 없다. 이어지는 백 94의 선수가 아프다. 흑이 칼을 뽑으려는 순간이면 어김 없이 먼저 비수를 들이밀어 물러서게 만든다. 1인자가 던져놓은 돌무리는 비좁은 공간에서도 상상외의 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제는 돌아설 수도 없다. 돌아서기에는 너무 깊이 들어선 밀림. 내친 걸음, 앞으로 달려가는 수밖에. 백의 걸음이 빨라진다. 백 98, 100으로 젖혀이은 다음 흑 101의 보강을 기다려 여유있게 102로 삶을 확보. 흑으로서는 내집 안방에 흙묻은 구두발로 뛰어든 무례한 상대를 제대로 나무라지 못하고 오히려 깍듯하게 한상 차려 대접한 셈인데. 흑 105까지 목숨은 건졌지만 드러난 결과는 참혹하기 이를데 없다. 폐허. 게다가 백의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