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65)
기사입력 1996년 08월 11일 16시 49분
####### 물장사 이야기 (1) #######. `우리나라 최고의 물장수가 되리라.'. 그녀는 맘먹고 물장수가 되었다. 대부분 이쪽세계로 가는 여자들은나름대로의 피치못할 이유를 갖고 이 직업을 시작하지만 그녀는 아니었다. 대학 3학년 때 이 직업, 저 직업 다 따져보며 세상일 중에 이게 나랑 `딱'이구나 확신했다. 그녀의 전공이 정치외교학이라는 것도 실은 물장수 진출의 이유가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고등학교 때 꿈이던 외교관의 길은 이미 날샜고정치가로서의 입문은 더더욱 첩첩산중이었다. 1학년 땐 장학금까지 받아가며 학구열에 불타던 그녀였건만 2학년되는날부터 공부하는 게 징그럽게 싫어졌다.
그때부터 정치외교와는 별 관계없는 세계에 폭넓은 사교외교(?)를 하면서 그녀는 직업에대한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었다.
그리고 3학년 여름 기말시험을 보던 어느날, 교수님의 추천(?)으로 물세계에 입문했던 것이다. 시험감독관으로 들어왔던 그 교수는 정치학박사로 신문지면에도 꽤알려진 분이다. 그러나 존경하는 교수님에게는 죄송하지만 기말시험을 대부분 커닝으로 일관해왔다.
2학년 말부터 그녀의 커닝 페이퍼애용은 거의 수준급에 이르러 있었다. 교재 내용중 1백페이지 정도의시험범위는 주민등록증만한 종이에 확실하게 정리할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이 남자인 과의 친구들은 그걸 두고 커닝 페이퍼가 아니라플로피디스크라 불렀다. 여하튼 그때 그 교수님의 시험도 졸업하는데엔 절대 지장이 없구나하며 룰룰랄라하던 차에 그 사건이 터졌다. 언제 와 있었는지 교수는 그녀의 세발짝 쯤 앞에서 거의 연구하는 모습으로 그녀의 활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딱 눈이 마주쳤을 때 너무나놀라 돌아가실 뻔했다. 그런 와중에도 그녀가 했던 침착한 다음동작은이학교 정치외교학과 커닝사에 길이길이 남았다. 가슴이 깊게 패인 여름원피스 속으로 손을 쑥 집어넣었던 것이다. 브래지어에 플로피 디스크급 페이퍼를 감추어 버린 이 동작은 전혀 예정된것은 아니었다. 교수도 어처구니 없어하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지만그녀는 더더욱 놀랐다. 영화 속에서 술집여자들이 가슴 속에 받은 팁을 꽂아넣듯 그녀 역시 문서를 쑤셔넣으며 `아니! 내가!'라며 놀랐다. 교수는 돌아섰다.
그 분은 양반답게 그녀 젖가슴을 들추어 커닝페이퍼를 꺼내가는 일은 삼가셨던 것이다. 그러나 그 사건이 거기에서 끝난 건 아니다. 그녀가 잽싸게 시험지를내고 강의실 밖으로 사라지려는 순간, 교수는 손짓으로 그녀를 멈춰 세웠다. 물론 그녀는 자신의 브래지어 속 커닝페이퍼를 다시 꺼내 폐품시킨 뒤였다. "이봐, 넌 빨리 학교 그만두고 물장사하는 게 낫겠다.". 이 한마디가 그녀 인생을 바꿨다.
그녀는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고생각했다. 이후 그녀는 그해 여름방학에 색깔있는 물을 만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녀의 파란만장한 사랑이야기도 그때부터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