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구석기시대 사람' 김응용 감독
기사입력 1996년 08월 11일 14시 20분
그 흔한 신용카드 하나없고 빨간 고춧가루가 묻은 신발을 신고도 씩씩하게 시내를 돌아다닌다.
해태구단은 이달초 김감독에게 휴대용 전화기를 줬다.
김감독은 광주시내 운림동에 있는 아파트에 살지만 부인 최은원씨가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두 딸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미국에 있을 때가 많아 전화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전화는 물론 핸드폰까지 불통이다.
답답한 김원회 매니저가 "핸드폰이 통 되지 않는다"고 불평하자 김감독은 짧고 분명하게 말했다.
"집에 놔뒀어. 나 그런거 쓸 줄 몰라."
김감독은 사실 사용법은 물론 전화기에 `ON/OFF' 장치가 있는지도 모른다.
"야구경기를 한창 하는데 전화가 오면 어떡해?"
핸드폰을 두고다니는 까닭에 대한 설명이다.
일반 전화기처럼 핸드폰을 갖고 다니면 시도때도 없이 전화를 받아야만 하는 것으로 알았던 것.
그런 김감독은 최근 전화를 기다리다가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무선호출을 해놓았지만 끝내 전화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데 김감독이 삐삐를 친 방법이 남다르다.
호출번호를 다 누른 뒤 `삐~' 소리가 나자 특유의 퉁명스런 목소리로 "525에 1950"이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은 것.
옆에서 보고 있던 구단직원들은 차마 민망해서 삐삐 치는 법을 가르쳐 줄 수도 없어 고개를 숙인 채 소리 죽여 킥킥 웃을 수밖에. 김감독이 삐삐 응답이 오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동안 누군가는 번호가 찍히지 않은 호출기를 보며 짜증을 냈을 게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