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설] LOVE LOVE LOVE.... 이규형(64)
기사입력 1996년 08월 09일 18시 05분
++++ 방송국은 울지 않는다(14) ++++. 어떤 기자는 `사랑이 들린다'때의 귀싸대기 사건을 파고 들었다. 당시 AD였던 정현표에 대한 윤지희의 불만 및 시비가 아니었던가 하는 것이 그 기자의 분석이었다. 곧바로 당시 귀싸대기를 때린 PD를 찾아 거의 협박하다시피 취재했고 기자의 그런 기동력이 생각지도 않은개가를 올렸다. 자신이 윤지희와 정현표와 러브스토리 사건에 말려드는 걸 두려워한PD가 해서는 안될 말을 해버렸다. 그건 드라마를 띄우기 위한 정현표의 퍼포먼스 아이디어였다는 것을 의리없게 털어놓은 것이다. 다음날 신문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TV대조작극'으로 당장 터졌고 모든 신문잡지매체가 현표를 시청자를 얕보는 파렴치한 인물로 몰아쳤다. 제작국 전체가 시끄러워지더니 급기야 방송국이 늘 쓰는 통상의 방어책이 실시됐다.
드라마 `와일드'의 PD를 긴급히 대처하고 현표를다른 부서로 발령을 낸 것이다. 방송국은 냉정하다. 결코 울지 않는다. 어떤 큰 사건이 터져도 망하지도 않으며 그 때문에 금전적 적자를 보는 일은 더더욱...담당 PD의급속한 대체와 함께 그 PD는 그 프로그램에서 잊혀진다. 그래서 많은 선배 PD들은 현표에게 그런 얘기를 했었다. 야, 인마월급받는 만치만 일해라. 현표는 월급이상으로 툭툭히 대가를 치르고있다. 제작국내 누군가는 자신을 위해 총대를 메고 보호를 해줄줄 알았다. `사랑이 들린다'따귀사건으로 말하면 학교선배인 PD가 울다시피 사정해서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요번 드라마 또 죽으면 자긴 끝이라고.결과적으로 시청률도 톱이었고 상대방송국의 드라마를 압도해서 방송국이미지 상승에 일익을 담당했다. 그러나 시끄러워진 지금에 와서 늘 그렇듯 모두가 냉정하다. 999번의 나이스 플레이보다 단 한번의 에러를 용서하지 않는게 방송국의 생리다. 더 약오른 것은 PD 대체후에도 드라마는 계속 잘 나간다는 사실이었다. 그래도 방송은 나간다가 아니라 걱정마라 더 잘나간다인 것이다. 밖에는 비까지 부슬부슬 내렸다.
그의 심경을 더 긁는 밤이었다.위스키에 떨어져 누워있는데 전화가 올렸다. "현표 오빠, 안됐어. 미안해. 내가 오늘 밤에 위로 좀 해주면 안될까?". 무슨 닭소리냐. 윤지희는 생각지도 않게 전화를 해왔고, 더 웃기는것은 바로 현표의 아파트 앞이니 방으로 쳐들어가기전에 나오라는 것이었다. 현표는 아파트에서 나와 지희 차에 올라타고 교외로 빠져 나왔다. "오빠, 신문사에 옛날 우리관계 이야기를 제공한 건 나였어. 내 친구가 아니라...". 지희는 빗속을 달려 신갈저수지 방죽길 깊은데에 차를 세우더니 이따위 소리를 해댔다. "미안해. 그러나 방송국에서 오빠가 물먹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난 다만 이일로 기사가 번지면 우리 사이가 자연스럽게 가까워 질거라고만 생각했어. 옛날처럼 말이야. 죽을 죄를 지었어, 내 귀싸대기를 때려줘". 지희는 현표쪽으로 뺨을 돌리며 눈을 감는다.
현표는 그녀의 뺨을두 손으로 잡으며 생각했다. "미쳤냐? 안 그래도 귀싸대기 사건으로 물먹었는데. 까짓 거 방송국이야 앞으로 월급만치 일하면 되지만, 이런 기회는 다시 오겠나?". 현표는 두 손으로 뺨을 돌리며 그녀의 입술을 깊숙히 빨아들였다.빗발은 차창밖을 더욱 거세게 때려대고 있었다. < 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