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감기-몸살‘수난’
기사입력 1996년 08월 09일 15시 47분
## 여름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지만… 과천경마장에 때아닌 `감기주의보'가 내려졌다. 한겨울에도 끄떡 없던 경주마들이 오히려 폭염이 계속 되자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는 등 감기 몸살을 앓고 있는 것. 올봄까지만 해도 월 100여건에 지나지 않던 마필보건소의 호흡기질환 진료건수는 6월에는 409건으로 늘었고 지난달에는 무려 565건으로 폭증했다. 이는 혹독한 여름감기로 홍역을 치렀던 지난해 7월보다 무려 37%나 늘어난 것이며 겨울철 월평균 감기진료건수의 3배에 해당되는 숫자다. 이처럼 여름감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대다수의 경주마들이 우리나라와 계절이 정반대인 호주, 등 남반구 출신이어서 지금을 시기상 겨울로 느끼기 때문이다. 또 해방후 여름철 기온이 가장 높은 해로 기록된 지난 94년, 말이 열사병에 걸려 숨지는 일이 급증하자 마방에 선풍기 대수를 크게 늘렸던 것도 여름감기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 마방내 먼지와 병균이 선풍기 바람에 날려 호흡기 질환을 앓는 경주마들이 속출하게 된 것. 그렇다고 선풍기를 멈출 수도 없다. 경주마가 더위를 참지 못할 경우 또다시 2년전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방마다 적어도 2~3마리씩은 감기에 걸린 상태라는 한 조교사는 "인플루엔자가 자칫 마방 전체로 퍼질 가능성이 있어 걱정"이라면서 "매년 이맘때가 가장 긴장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따라서 경마팬들의 요즘 최대관심사는 어떤 말이 감기에 걸렸는가 하는 점이다.
이승모 마필보건소장은 "감기에 걸린 말은 사람의 경우처럼 재채기, 콧물 증세를 보이고 식은땀을 흘린다"면서 "간혹 게거품을 물거나 유난히 꼬리를 많이 흔들고 귀가 축 늘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예상지 신마뉴스 편집인 김종성씨는 "감기가 심하면 아예 출전을 포기해 걱정이 없지만 문제는 치료뒤 조교사도 모르는 후유증을 가진채 출전하는 경우"라며 "이달말까지는 여름감기가 극성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반드시 예시장에 들러 말을 관찰한 뒤 베팅해야한다"고 충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