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 ○이창호9단 ●목진석2단
기사입력 1996년 08월 08일 16시 02분
## 본선 토너먼트 제7국 제2보 (10~36)=국내 바둑팬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희망사항이 있다. 나이가 40줄을 넘어선 팬들은 `중견의 분발'을 원하고, 젊은 팬들은 이창호, , 유창혁 3인방으로만 채워지는 도전무대에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는 것이다. 아무튼 여름장마처럼 길고 지루한 1인독재나 소수 엘리트의 과두체제는 원하지 않는다. 팬들은 적어도 흑백의 세계에서 만큼은 조용한 평화공존보다 매캐한 화약냄새, 포연(砲煙) 가득한 천하대란이 벌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팬들의 염원에 부응이라도 하듯 3인방이 장악중인 정상에 새로운 얼굴이 떠올랐다. 그냥 떠오른 정도가 아니라 강렬한 빛을 뿌리고 있다. 바로, 명인전 도전무대에 뛰어든 최명훈 5단. 최 5단은 도전자의 명패를 걸기가 무섭게
이창호 명인을 꺾고 서전을 장식했는데 그 내용이 아주 충실하다. 그동안 도전기에서 정상의 3인방을 제외하고 이창호 9단에게 승점을 올린 기사가 김승준 4단(94년 국기전) 뿐이었음을 감안하면 팬들의 흥미는 물론, 바둑계 발전 을 위해서도 가상한 일이다. 최 5단의 계속된 선전을 바란다. 흑 11~15는 못마땅한 방향전환. 기왕에 3연성을 펼쳤으면 흑 20, 백 `가'를 교환해 두고 가는 쪽이 낫지 않을까. 흑 13으로도 그냥 `나'의 곳으로 높게 두고 싶다. 그쪽이, 우상귀의 정석교환마저 생략하고 사연성을 펼친 포석구상에 걸맞는다. 부분적으로 보면 좌변 흑 17, 19의 형태도 나무랄 데 없지만 뭔가 초반구상이 변질 돼가는 느낌이다. 반면 백은 12, 16, 18 일관되게 `실리노선'을 지향하고 있다. 흑 23은 대세점이지만 백 24를 허용해 어떨지. 백의 침입이 당연히 예상되는 만큼 매서운 응징수단이 없다면 차라리 귀를 지키는 쪽이 좋았을 지도 모른다. 흑 25,
27로 근거를 위협해 백 일단을 추궁하지만 백 32, 34로 탄력을 갖춰 그다지
시달릴 것 같지는 않다. 달아나는 사이에도 기회를 잡아 백 36으로 우상쪽 흑진의 밑둥을 파헤치는 여유를 보인다. 우하쪽도 사정은 비슷하다. 백 일단을 쫓으면서 울타리를 쳤지만 `다'의 곳이 열려 있어 별 게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