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장호연과 OB 우승기념반지
기사입력 1996년 08월 08일 15시 55분
○… "이런 선물을 받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7일 제26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펼쳐지고 있는 동대문구장.
청주기계공고와의 1회전을 준비하고 있던 순천효천고 야구부장 장호연(37)은 경기전 덕아웃에서 뜻밖의 선물을 전해받고 입이 함지박만해졌다. 바로 OB의 95 우승 기념 반지.
OB선수들에겐 이미 지난 7월초 나눠줬지만 장호연은 작년 은퇴후 순천에 계속 머무르는 바람에 받을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마침 봉황대기 참가를 위해 상경한 순천 효천고를 찾아 이날 OB 운영부 조성일씨가 전달해 준 것. 장호연은 등번호 31번과 자신의 이름이 선명히 찍힌 반지를 손에 끼자 마자 그동안 OB구단에 쌓였던 감정이 눈녹듯 사라졌다. 지난 83년 OB유니폼을 입은뒤 13년동안 346경기에서 109승110패17세이브를 거둘 정도로 활약했지만 선수생활을 하면서 구단과의 관계가 그리 원만치 못했던 게 사실. 해마다 연봉협상에서의 불협화음으로 구단으로 부터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힌데다 작년 은퇴과정도 개운치 않아 서로 많은 앙금이 쌓였었다. OB에서 자유계약으로 풀려난뒤 다른 팀에서의 선수생활마저 여의치 않자 현역 은퇴를 결정하고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섭섭함은 늘 마음 한구석에 둥지를 틀고 있었지만 생각지도 않게 건네 받은 반지 하나로 그런 불편한 감정을 깨끗이 씻어낼수 있었다. 은퇴한 자신에게까지 세심한 신경을 써준 `친정팀' OB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던 것. 이날 팀은 비록 1회전에서 탈락했지만 순천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내내 기념반지를 `신주 모시듯' 어루만진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