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현] 나는 여름 사나이 ♣
기사입력 1996년 08월 08일 15시 25분
## 후반기 4할-5타점 펄펄 아무리 삭막한 전쟁통에도 웃을 일은 있다 했다. 벌써 18일째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OB에도 희망을 주는 사람은 있다.
`4번 대우' 6번 안경현(27)이다.
팀타선 전체가 한여름 대낮의 견공(犬公) 혓바닥처럼 축 늘어진 요즘에도 안경현 만은 군계일학이다. 상대 투수들이 중심타선을 무사히 넘겼다고 한숨을 돌리는가 하면 어김없이 따끔한 한방이 터져나온다. 후반기 11게임에서 타율이 무려 3할9푼5리(38타수 15안타)에 5타점.
7일 롯데전서 오랜만에 후련한 4대0 승리를 거둔 것도 안경현의 공이 컸다.
1-0으로 간신히 리드를 지키고 있던 4회초 1사 1,2루에서 왼쪽 선상에 뚝 떨어 지는 큼직한 2루타를 날려 2-0을 만든 것. 이어 8회에도 중견수 키를 넘는 2루타로 롯데 덕아웃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몸쪽 공을 잡아당겨 좌중간을 꿰뚫는 타구가 특히 많아 OB 사람들은 좌중간 펜스를 따로 `안경현존'이라고 부르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더위에 유달리 강한 체질도 큰 플러스 요인이다.
안경현은 종종 멀쩡한 제 방망이를 놔두고 옆에 꽂아둔 동료들의 방망이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슬쩍 집어들고 타석에 나가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동료들은 이 사실을 알아도 그냥 씩 웃고 만다.
누구 방망이로 치든 꼭 필요한 순간에 반드시 안타를 날려주는 그 솜씨가 고마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