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 '나도 국제스타'
기사입력 1996년 08월 06일 16시 17분
## 아시안컵 예선 괌전서 해트트릭 폭발 창단 13년만에 첫 우승의 산파역을 담당했던 `미스터 현대' 김현석(29)이 `국내용'이란 꼬리표를 떼고 국제무대 도약을 위해 힘찬 시동을 걸었다. 김현석은 5일 베트남 통낙구장에서 벌어진 제11회 아시안컵 1조예선 괌과의 첫경기서 연달아 3개의 폭죽을 쏘아올리며 해트트릭을 작성, 9대0의 대승을 견인했다. 비록 상대로 나선 괌과는 축구실력이 천양지차(天壤之差)라지만 `골도 넣어본 사람이 넣는다'는 말을 되뇌여볼때 그 자신에겐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김현석은 그동안 지독한 불운에 많이도 울었다. 국내에선 절정의 기량으로 훨훨 날면서도 국제경기에만 나서면 번번이 죽쑤기 일쑤. 컨디션 난조도 문제 였지만 부상이 암초처럼 곳곳에서 돌출했기 때문이다. 비근한 예가 94 미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때는 내내 부상으로 울다가 본선진출의 고비였던 북한과의 마지막 경기서 선전, 미국행의 징검다리를 놓았지만 결국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국내무대도 마찬가지.
(28.포항) (30) 신태용(26.이상 일화) 등 스타들에 가려 항상 2인자의 설움을 곱씹어야 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전기리그내내 중요한 길목에서 팀의 간판다운 활약을 펼쳤다. 4골(12위)-4어시스트(3위).
비록 외형상으론 크게 두드러지진 않지만 자신에게 집중되는 견제와 시선을 적절히 분산시켜 득점루트의 다원화를 이룬 것은 그가 일궈낸 숨은 공(功)이었다. 김현석은 이제 소속팀 우승을 일군 여세를 몰아 아시아 정상도 자기의 발끝으로 견인하겠다는 각오. 더구나 과 등 간판들이 휴식과 클럽컵 대회 출전으로 불참, `스트라이커'는 자신의 몫이 됐다. 국제경기만 치르면 유난히 골운이 따라주지 않는 징크스도 이젠 없다.
"범(虎)이 없는 곳에 여우(狐)가 활개친다구요?"
손사래를 치며 머리를 홰홰 내젓는 그의 모습에서 용솟음치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