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 <제18화>애욕의 소용돌이(55)♣
기사입력 1996년 08월 06일 15시 41분
**모용추는 감정의 동요를…
추월야접의 독문암기(獨門暗器)인 야접.
모용추는 돌발적인 사태에 놀라면서도 침착을 잃지 않는다. 그녀는 매우 기민한
동작을 취하며 방향을 돌렸다.
날아오는 나비형태의 수정 암기가 무영추에 의해서 튕겨진다. 추월야접은 야접을
회수하며 청죽생의 곁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 일련의 동작은 순간적으로 발생한 것이었다.
청죽생의 곁으로 떨어져 내리는 추월야접. 청죽생은 즉시 나무란다.
"청매가 날 죽이려 하오?"
"함께 죽는다는건 기쁜 일이죠."
면사안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추월야접. 음성은 두려움이 존재하지 않았다.
모용추는 단숨에 그녀를 알아본다.
"추월야접…그대로군."
모용추에게 당한적이 있는 추월야접이었지만 추호의 동요도 없었다.
"우린 기어코 다시 만났어."
"총관 하고는 매우 밀접한 관계인 모양이군. 그를 구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나설 정도면."
추월야접은 부인하지 않았다.
"물론이다. 그는 내게 있어 매우 귀한 사람이다. 일심부 따위가 함부로 해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모용추는 어이 없는 표정을 지었다.
"대단하군, 전혀 수치를 모르다니"
"호호, 모용추…넌 언제나 남을 모략하고 죽이는 악랄한 심보만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사랑의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겠지. 참으로 가련하고 불쌍하다."
추월야접의 야유.
모용추는 분노를 일으키기에 앞서 기이한 감정의 동요를 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아주 미세한 충격이었지만 점차 통제하기 어려운 갈등과 고뇌로 엄습했다.
`사랑의 감정이라?'
그것은 명예와 승부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기꺼이 목숨을 던질 수 있는
무림인(武林人)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하지만 모용추는 잠재되고 감춰진 진실의 기억을 떠올리며 순간적으로 전율을
일으켰다.
거기 한 사람의 모습이 긴 그림자와 함께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독이란 이름의 그림자를 끌고 폐허의 산장에서 허무의 몸짓으로 암천(暗天)을
꿰뚫고 있는 사내는 이소야!
동방산장의 작은 주인으로 자타가 공인하던 대황제일검!
모용추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음을 느낀다. 그녀의 감정을 전혀 눈치챌 수 없는
추월야접은 다시 차갑게 비방했다.
"황금사원의 봉황시를 탐내고 해동검결을 수중에 넣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죄악을 저질렀는가? 이번에는 또 무엇에 욕심을 내는거냐?"
모용추는 흠칫 정신을 수습하고 있었다.
"우리는 일심부를 배신한 대가를 가르치려는 것 뿐이다."
추월야접의 신형이 공중으로 솟아 올랐다. 그녀는 대꾸도 없이 그대로 연검을
뽑아들며 모용추를 노리고 몸을 뒤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