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 야구보기] 바캉스철과 방망이
기사입력 1996년 08월 05일 16시 43분
흔히들 바캉스는 피서지로 가서 쉬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지만 바캉스의 본래 뜻은 `비운다'이다.
`비운다'는 의미의 바캉스가 피서나 휴가로 쓰이게 된 이유는 6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6년 6월 프랑스 정부는 근로자의 유급휴가제 법안을 통과시키고 7월부터 전면적인 휴가를 실시하기로 결정한다.
한 여름에 유급휴가를 받은 근로자들은 일제히 피서지로 빠져 나갔고 자연히 수도 는 요즘 서울처럼 한산해 질수 밖에 없었던 것.
집단 피서로 `가 비워졌다'는 것을 빗대어 바캉스라고 표현했는데 여름이면 도시를 비우는 현상이 계속되자 바캉스는 자연스럽게 휴가라는 의미로 쓰이게 됐다.
요즘 야구장에도 바캉스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팬들도 더위를 피해 피서를 떠났는지 야구장의 스탠드는 빈자리가 많다.
사실 바캉스철은 야구선수들이 견디기 가장 어려운 계절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고 자고 일어나도 몸이 찌뿌드드한판에 언더셔츠에 두꺼운 유니폼까지 걸치고 후끈거리는 지열까지 합세한 운동장을 누벼야 하니 힘이 빠질수 밖에 없다.
다음 경기장소로 이동할때면 더욱 곤혹스럽다.
바캉스 차량이 고속도로를 메우고 있어 버스안에서 10여시간 허비하고 나면 다음날 경기는 망치기 십상이다.
체력은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힘이 빠진다는 얘기다.
타자가 방망이를 휘두르는 속도도 줄어들게 마련이고 홈런은 물론이고 타율도 저조해 질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선수들의 방망이 무게는 힘이 샘솟는 봄, 가을이나 힘이 빠지는 여름이나 거의 같다.
고참급인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방망이 무게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
한국 선수중 가장 무거운 방망이를 후두르는 선수는 쌍방울의 로 940g짜리를 쓴다.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가 쳤던 1,190g 에는 훨씬 못미치지만 기운이 장사라는 소리를 듣는 그도 최근 20g 을 줄여 920g 짜리 방망이를 들고 타석에 나선다.
작년 홈런왕 OB 는 920g , 는 900g 의 홈런타자 심재학도 줄곧 910g 의 방망이로 장거리타를 뿜어내고 있고 올시즌 슬럼프인 롯데의 슬러거 도 최근 배트의 무게를 20g 줄여 900g 짜리를 쓰고 있다.
홈런 25개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현대 은 방망이 무게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900~920g 이면 어느 것이나 OK란다.
재미있는 사실은 해태 과 OB 등 이른바 교타자들의 방망이 무게가 슬러거들과 비슷하다는 것.
은 팀동료 와 같은 890g 을, 과 은 소년장사라는 보다 10g 이나 무거운 910g 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 선수들이 쓰는 방망이는 한국선수들보다 가볍다.
1920년대 의 방망이 평균 무게는 1,134g 이었으나 지난 91년에는 992g 으로 떨어졌고, 올 시즌에는 879g 이다.
한국선수들보다 몸도 크고 힘도 센 그들이 가벼운 방망이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망이가 가벼우면 자유자재로 휘두를수도 있어 변화구도 때리기 쉽고 스윙 스피드가 빨라지니 파괴력도 높아질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캉스철 체력이 떨어져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이여 가벼운 방망이를 잡아라.
그러면 부진은 끝이나고 행복이 시작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