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배] 가족위해 샌드백 치는 '성실복서'
기사입력 1996년 08월 05일 16시 37분
(25용인시청)는 오직 `성실' 하나만을 무기로 링위에서 승부를 걸어온 노력파 복서다. 그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가 권투선수가 돼있다는 것에 아직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동네에서 싸움 한번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천성이 착했고, 그렇다고 팔뚝이나 주먹의 힘이 남들보다 강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복싱 메카' 의정부에서 태어나 의정부 배영초등학교때 축구선수로 활약하다 복지중 1학년때인 지난 84년 복싱에 입문했다.
복싱부에 제발로 찾아간 것은 무엇보다 뼈속까지 사무친 `가난' 때문이었다.
당시 그의 부친 이종철씨(65기사)는 버스 운전기사를 하며 어렵게 단칸세방에서 4남1녀의 자식들을 키우고 있었는데 소년 에게 학비가 면제되는 복싱부가 구미를 당긴 것.
의 가족은 아직도 의정부 시내의 사글세집(보증금 8백만원, 월세 4만원)에서 예전과 다름없이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복싱에 발을 들여놓은 소년 는 `복싱 장학생'으로 대학교까지 마칠 요량에 처절할 정도로 피나는 강훈을 거듭했다.
영석고에 입학하면서 각종 국내대회를 휩쓸기 시작, 용인대 3학년때인 지난 92년초 국가대표에 선발된뒤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나가 일약 동메달을 획득해 국제무대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93년의 제1회 동아시아대회와 94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하며 승승장구했던 는 94년말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 학업에만 전념키로 마음 먹은 것.
그러나 이듬해 6월 그는 복싱연맹의 간곡한 권유로 다시 링으로 돌아왔다.
선발전을 앞두고 마땅한 기대주를 찾을 수 없었던 연맹이 에게 SOS를 친 것이었다.
는 연맹의 갑작스런 부탁을 받고 미처 체중을 뺄 겨를이 없어 미들급(75㎏급이하)에서 라이트헤비급(81㎏급이하)으로 한체급 올려 대표선발전(95년7월)에 출전했다.
그러나 이미 탄탄하게 다져진 그의 기량과 체력 앞에서는 누구도 적수가 되지 못했다.
곧바로 대표에 복귀한 그는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 마침내 이번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효자로 소문나 있으며 장래꿈은 대학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