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권]○안조영3단 ●윤기현9단 ♣
기사입력 1996년 08월 05일 15시 43분
제8보
(151~189)=흑 153에서 윤 9단의 의도가 확연히 드러난다. `착실하게 집을 불려 끝내기에 승부를 걸겠다'는 뜻이다. 하변으로부터 슬금슬금 부풀어오른 흑진이 어느새 좌상일대의 얼음제국에 필적하는 규모가 되고보니 정말 `장난'이 아니다. 흑 157로 우상쪽에서 움직임을 보이자 안 2단은 7분 정도를 숙고, 백 158로 달려간다. 소홀히 할 수 없는 곳. 이미
의 방벽을 칠 때부터 흑의 발호(跋扈)를 경계했던 바다.
백 164, 166으로 우변을 눌러두고 5분간 호흡을 고른 뒤 다시 분주하게 좌변으로. 이곳을 방치했다가는 `역전'이라는 흑의 희망이 실현될 지도 모른다.
`박빙의 리드'라고 생각한 안 3단의 손은 신중하기 이를 데 없다. 10여분을 투입, 마지막 점검에 나선다. 백 168, 170이 기민한 끝내기. 흑 172로 욕심을 부리면 백 `가'로 사단이 난다.
171수에 5분20초를 소비하고 초읽기에 들어간 윤 9단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손만 뻗으면 잡힐 것 같은 간발의 차이인데도 도무지 좁혀들지 않는다. 그래서 프로들의 종반 1, 2집은 천금과 같다.
백 180, 182. 기분좋은 끝내기의 콤비블로. 흑 `나'로 끊어 잡는 수는 없다. 거꾸로 백 `다', 흑 `라', 백 183으로 흑 두점이 떨어진다.
백 184 이후는 승리를 확신한 안 3단의 `빗장걸기'로 일관. 수순은 초읽기에 몰린 윤 9단이 사력을 다해 222수까지 이어졌으나 역전의 기회는 오지 않았다. 백 불계승.
바둑단신. 지상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승부사 조치훈 9단(기성, 본인방, 배, JT배 4관왕)이 또 한번 일본열도를 뒤흔들고 있다.
며칠전 임해봉 9단과 겨룬 명인전 본선리그 마지막 대국에서 승리, 7승1패로 도전권을 획득한 조 9단은 서열 2위 명인을 쟁취할 경우 83년 자신이 이룩했던 대삼관(大三冠:기성, 명인, 본인방)석권의 위업을 또 한번 실현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 바둑언론은 조 9단이 현 명인 다케미야 9단과 가졌던 3차례(81, 89년 본인방, 84년 기성)의 타이틀 전에서 모두 승리한 바 있어 `명인 획득이 유력하다'고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