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웃음실어 세태비판 '비언소'
기사입력 1996년 08월 05일 14시 52분
**내달8일까지 동숭스튜디오씨어터 극단 차이무(차원이동무대선)의 `통쾌한 패러디극'인 창작극 `비언소'(변소의 늘린발음표현)가 시원한 웃음으로 폭염을 씻어주고 있다. 지난 1일 동숭스튜디오씨어터에서 개막한 이 무대는, 공연시간 80분 동안 시종일관 관객들을 웃음 속으로 몰아넣으며 사로잡고 있는 것. **소비적 정신주의가 판치는세상 통박 한 관객은 "너무 재미있고 신나는 한편, 가슴을 아리게 하는 세태 풍자극으로 오랜만에 연극다운 연극을 본 느낌"이라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무대는 세개의 변기가 설치되어 있는 공중화장실로 벽면에는 벽보, 콘돔 판매기, 예방 포스터 등이 붙어 있다. 여기에 배우들이 등장하여 관객들에게 말을 던지면서 극이 시작된다.
다섯명의 배우들은 등장하자 마자 벗는 연극에 대한 비판, 공중질서 캠페인, 지역감정문제, 권력자의 두 얼굴, 불운이 겹치는 샐러리맨, 간첩사건, 남북회담 등을 스피디하게 전개시킨다.
이미 관객들이 알고 있는 사건들이 연극적인 상황으로 재현되어 인간쓰레기로 가득찬 세상의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들을 쏟아내, 관객들의 얼을 빼놓는다.
이 연극에 관객이 쏠리는 이유는 작가 겸 연출가인 이상우 희곡의 유니크한 전개이다. 일상의 사건들을 연극이라는 도화지 위에 오려붙이는 방식의 콜라주기법을 응용한 `짤막극'으로 형상화, 보는 재미를 충분히 살려내고 있는 것. 여기에 5명의 배우가 총 64번의 역할바꾸기를 통해 보여주는 변신은 극을 보는 즐거움을 만끽시켜준다. 또 만능 재주꾼 박광정의 신선미 넘치는 연출력도 눈여겨 볼만하다. 배우와 배우 사이, 관객과 배우 사이의 거리감을 늘었다 죄었다하면서 세상풍자를 보여주는 `극적 전술'이 돋보였다.
여기에 젊은 배우들의 눈부신 연기가 인상적이다. 이대연과 송강호는 극의 무게중심을 잡아주었고 오지혜는 브리지 역할을 맛깔스럽게 형성화했으며 박원상과 최덕문은 숨어있는 재주꾼임을 확인시켜주었다.
결국 이 무대는, 총 28개 장면의 `에피소드'들을 잘 조화시켜 비위생적이고 소비적인 정신주의가 판치는 세상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너무 재미와 스피드에 의존, 각 상황속의 드라마(정서)구축에는 다소 미약함을 드러내 보여 아쉬웠다. 9월8일까지. 화~목 오후 7시30분. 금 ~일 오후 4시30분, 7시30분. 3673-079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