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 나이트]
기사입력 1996년 08월 05일 14시 00분
담을 것만 가지런히 담아 둔 상자가 보기에도 좋고 나중에 물건 꺼내기도 쉬운 법이다. 쓸데없는 것까지 잔뜩 넣어둔 머리는 자주 열을 받고 쉬 터지기도 한다. 그런 뜻에서 모르고 살아도 되는 것이 많다고 했더니 사람이 탐구심이 없어지면 발전을 못한다고 항의를 해 온 사람이 있었다.
하긴 아주 징그러운 벌레를 호기심에서 먹어 본 사람이 번데기라는 영양만점식품 한가지를 발견했으며 모두들 끈으로 목을 매는 일은 기분이 나쁘다고해서 극력 회피했는데 어떤 궁금가는 넥타이라는 걸 고안하기도 했다. 해서 얘긴데, 이런 문제만큼은 귀찮다고 덮어 두지 말고 우리가 이 세상 떠나기 전에 기어이 알아 내 삶이 윤택해지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인류문명발전에 기여하자. 1.깡패들은 눈이 마주치면 아니꼽냐고 묻는데-이럴 때 아니꼽다고 해야 좋은지 꼽다고 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아야 할 것이다.
2.70대 남편과 사별한 30대 미망인의 얼굴엔 아주 복잡한 표정이 나타난다고 했는데-그녀가 슬퍼하는지 기뻐하는지 확실히 알아서 그녀의 품성을 파악해야 한다.
3.우리의 대중탕도 두군데서 물을 데울 필요없이 혼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때 남자는 큰 목소리로 찬성을, 여자는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반대를 했다-만들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4.대문에 `개조심'이라고 써붙여 준 주인은-물리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선한 마음의 소유자인지 물려도 책임 안진다는 고약한 심보를 가진 사람인지 알아 본 뒤에 방문을 해야 할 것임.
5.법조인들끼리 소송이 걸렸거나 법관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생길것이다-그럴 때 동료 법관들 보다는 법에 대해 빠삭한 죄수들에게 재판을 맡기는 방법도 신중히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6.겁이 나는 수영을 꼭 물에 가야만 배울 수 있을까-쇠고기를 먹으면 힘이 세지듯 생선을 많이 먹이면 절로 헤엄을 칠 수 있는지 연구해야 한다.
7.밤늦게 귀가해 불 안켜고 이불 속으로 들어 가면 마누라가 `당신이우?'한다-무심코 넘길 일이 아니다. 몰라서 묻는건지 다른 놈이 있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