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제18화> 애욕의 소용돌이(53)
기사입력 1996년 08월 04일 15시 56분
청죽생은 그들의 의사를 무시한다.
"그렇다면 조건이 있소."
모용추의 눈이 매섭게 찢겨져 올라갔다.
"조건이라니요?"
청죽생은 여유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내 관심사부터 해결해 줄 수 있소? 일심부와 귀문의 관계를 설명해 주기 바라오. 그리고 중원을 석권 하려는 진정한 목적에 대해서도 말해 주시오."
묵양대인은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미친--."
그의 신형이 공중으로 솟아 올랐다. 그와 동시에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 처럼 청죽생에게로 쇄도해 들었다.
묵양대인의 몸동작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유연하고 기쾌했다.
청죽생은 별로 놀라지 않으며 훌쩍 뛰어 올라 우측 발로 상대의 중복부(中腹部)를 전광석화 처럼 걷어찬다.
슉--.
파공성은 예리했다. 공격은 그보다 더 날카로웠다.
묵양대인은 황급히 청죽생의 발차기를 손바닥으로 방어하며 그 탄력으로 몸을 회전하여 더 높이 떠올랐다.
청죽생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추격하며 전력을 다해 일장을 날렸다.
그의 역습은 도저히 예측할 수 없도록 절묘했다. 관전하던 무용추 마저 놀란 탄성을 토해낼 정도였다.
"아…?"
그렇지만 일심부주는 절대고수다웠다.
"물러가랏!"
묵양대인은 호통을 내지르며 허공에서 연속 삼 장을 휘둘렀다. 또 다시 가공할 장력이 맞닥뜨렸다.
"으음."
이번에는 청죽생이 손해를 입고 두어걸음을 물러섰다. 그의 푸르스름한 안면에 일말의 동요가 감돌았다.
`일심부주의 공력은 확실히 나보다 한 수 위다.'
체내의 기혈이 격탕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지붕위의 대결.
멀리 떨어진 수림에서 이 광경을 엿보고 있는 두 사람은 가슴을 졸이고 있을 뿐이다.
아귀와 추월야접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나서려는 그녀의 어깨를 거머쥐는 아귀.
"그는 당신에게 이 곳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말라고 했지 않소?"
"그이가 위험해."
아귀는 냉정하게 말했다.
"당신이 나서면 그는 더 위험하다는걸 모르오? 그런데 난 이해할 수 없군. 그는 분명 일심부의 총관이 아니오? 어째서 황보백령이 떠난 후 그들은 집안 싸움을 벌이는거요?"
이때였다. 짤막한 비명이 흐른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