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수첩]
기사입력 1996년 08월 03일 15시 04분
## 극에달한 '美편들기 판정' 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변정일의 링 판정 항의사건과 박시헌-로이 존스전의 엉터리 판정을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물론 우리측의 잘못도 있었지만 미국측의 지나칠 정도로 반복되는 질타는 짜증이 날 정도였다. 당시 미국의 온 언론은 이번 애틀랜타 올림픽의 폭발사건 이상으로 두 복싱 판정사건을 대대적으로 다루며 한국의 이미지를 깎아 내리는데 열심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당시 한국과 자리바꿈을 한 셈이 되고 있다.
한국 여자하키는 예선에서 미국팀에 덜미를 잡혀 내내 고생하다 결국은 은메달을 따냈다. 계속되는 편파판정에다 종료시간이 지난 상황에서 페널티 코너로 한국을 꺾은 미국은 결국 예선에서 탈락했다. 지난 2일(한국시간) 레슬링 자유형 헤비급결승에서 미국의 커트 앵글과 이란의 자디드는 연장전까지 1-1로 승부를 가르지 못하고 결국 심판판정으로 앵글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자디드는 어이가 없어 매트에 누워버렸고, 놀란 앵글은 펑펑 눈물을 쏟았다.
20일자 미국 신문에는 20년만에 올림픽에서 복싱을 꺾었다며 영웅 플로이드 메이웨더의 기사를 대대적으로 실었다. 페더급 복서 아라곤은 3회전 대반격으로 역전이 가능했지만 심판들은 점수 기를 눌러주지 않았고, 11대12로 패했다. 바르셀로나에서 금메달 1개에 그쳤던 미국 복싱은 6명이 4강에 올라 동메달을 확보했다. 야구장에서도, 체조장에서도, 심판 판정에 의존하는 종목에서는 미국 편들기가 역력하다. 물론 어느 스포츠든 홈팀에 이점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편파 판정이 나올 때마다 억울한 패자들의 모습을 지워버리기 힘들다.
대개는 약소국 출신이고, 젊음을 바쳐 세운 꿈을 허망하게 날려버린 그 젊은이들은 앞으로 다른 올림픽을 어떤 기분으로 지켜볼까.
진정한 승자를 가려내는 스포츠맨쉽이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