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권]○안조영2단 ●윤기현9단 ♣
기사입력 1996년 08월 03일 14시 10분
제 6 보 (104~129)=백 104에 윤 9단은 갈등을 일으킨다. 여기서 흑 1이면 빅인데 백 4까지 두점을 따먹히고도 후수를 잡아야 한다는 게 문제다. 좌상일대의 백이 (전보 102)의 빵때림으로 철벽처럼 두터워진 지금 백쪽에 선수를 넘겨주는 것은 위험천만. 백이 좌변을 선착하면 이 일대는 그야말로 폭설로 뒤덮인 골짜기가 될 터이다. 10분 가까이 고뇌하던 윤 9단은 결국 좌상쪽 흑 일단의 목숨을 포기하고 좌변 105로 선행한다. 안 2단은 이미 마음을 굳힌 듯 머뭇거림 없이 106으로 `좌상 접수'의사를 밝힌다. 승부의 기로에서 흑이 토해낸 하나의 실착(흑 )이 산정에서 굴린 눈덩이 처럼 커져 백쪽에 40집을 호가하는 실리를 안겨준 셈이다. 흑 107, 109. 눈사태에 휩쓸린 좌상일대의 참사는 가능한 빨리 잊는 것이 좋다. 윤 9단은 심기일전, 하변 경영에 새 희망을 건다.
흑 113으로 패를 따낸 것은 `더 버텨보겠다'는 뜻이라기 보다는 응수타진의 성격이 짙다. 안 2단은 아무러면 어떠냐는 듯 싹싹하게 백 116, 흑 117까지 하변을 굳혀주고 다시 좌상쪽으로 손을 돌려 백 118, 120. 이로써 좌상쪽에 남아 있던 실낱 같은 저항의 불씨는 완전히 꺼졌다. 흑 121, 123에 주저 없이 백 122로 물러선 다음 백 124, 126으로 조촐한 삶을 확인. 무더운 여름 한낮, 승부가 판가름 난 마당에 쓸모 없는 접전으로 땀을 흘릴 필요가 뭐 있냐는 표정이다. 흑 127은 요소. 이곳마저 백쪽에 선점당하면 더 이상 해볼 도리가 없다. 그런데 백 128은 어떤가. 안 2단도 국후소감에서 `가'의 곳으로 끊어잡아야 했다고 후회. 이 백 일단을 안정시켜두어야 차후 하변 흑진 삭감 때 운신이 자유롭기 때문이다(113=
, 118=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