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기증 소년 기억갖고 산다
기사입력 1996년 08월 03일 14시 04분
**전생처럼 떠올라 안먹던 맥주-치킨등 즐겨 어느날 갑자기 직접 겪어보지 못한, 다른 사람의 경험담이 생생하게 떠오르기 시작한다면? 근착 내셔널 인콰이어러지가 이식 수술 후 기증자의 기억을 가지고 살게 된 한 여성의 사연을 소개했다.
클레어 실비아(56). 무용학교 교사인 그녀는 몇달 전 수술을 받기 전까지는 평범한 중년여성이었다.
그러나 한 남자의 심장과 폐를 이식 받은 뒤로 그녀의 인생이 변하기 시작했다.
철저한 금주자이며 채식주의자였던 그녀가 맥주와 치킨 너겟을 즐겨하게 됐으며,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마치 전생에 있었던 일 처럼 어렴풋이 기억으로 떠오르는 것.
"수술을 받고 회복실에 누워있을 때 잠깐 잠이 들었어요. 꿈에서 팀이라는 남자를 만났는데, 그 남자 몸속으로 내가 빨려들어가는 꿈을 꿨죠."
자신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기증자를 추적한 실비아. 놀랍게도 팀 라미랜드라는 기증자의 이름을 밝혀내게 된다.
그 가족들을 만나 본 결과 팀은 차가운 맥주를 즐겨하던 18세의 소년. 또 실비아가 수술 후 좋아하게 된 녹색과 라자니아를 역시 좋아했다는 것.
"요양차 프랑스에 갔을 때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마치 한때 살았던 적이 있었던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팀이 6세때 전가족이 프랑스에서 이민을 왔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실비아에게 나타나는 증상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는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서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증후.
대학의 코티스 박사는 "연구 대상자의 약 20%가 자신의 것이 아닌 기억을 갖게 된다고 고백했다"며 "심장과 폐 등은 단순한 근육질의 묶음이 아니다. 그 세포들은 일종의 기억 소자를 갖고 있어 기증자의 기억을 피기증자에게 옮기는 역할을 하는 듯하다"고 밝혔다.
어쨋든 팀 덕분에 생명을 되찾은 실비아의 감회는 새롭다.
"팀의 묘비에는 `언제나 함께'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더군요. 그래요. 난 팀의 기억과 함께 남은 시간을 보내겠죠. 나에게 허락된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팀의 몫까지 열심히 살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