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안조영2단 ●윤기현9단 ♣
기사입력 1996년 08월 02일 16시 13분
## 본선 토너먼트 제6국
제5보
(74~104)=피할 수 없는 패. 내 품안으로 뛰어든 상대에게 터를 내주는 것도 언짢은데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축의금까지 보태줄 판이다.
내키지는 않지만 거부할 도리가 없다. 흑 75, 백 76 팻감을 쓰고 흑 77로 따내 한판의 명운이 걸린 패가 시작된다.
상대의 침투에는 두가지 대응책이 있다. 적당히 살려주고 그 대가를 찾는 온건책과 침투한 적을
섬멸하는 강경책인데 전자의 온건책은 당장 뚜렷한 손익의 결과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승부를 길게 보는 인내가 필요하다. 후자의 강경책은 성공했을 경우 그 효과가 뚜렷하다는 강점이 있지만 실패했을 때의 악영향이 적지 않다는 약점도 있다.
윤 9단의 선택은 강경책. 그리고 고대하는 최선의 결과는 험난한 가시발길 저 너머에 있다.
백쪽에도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백은 자체팻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흑이 불리한 늘어진 패라는 점에서, 또 팻감이 부족하면 `빅'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결 가볍다.
흑 101로 따낼 때까지 숨막히는 패의 공방에서 백이 소모한 시간은 30여분. 놀랍게도 불리하다고 생각한 흑은 수순 모두가 노타임이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패인데
생각할 것이 뭐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대목은 중요하다.
30여분의 숙고 안에 숨겨진 백의 우려는 백 96 때 흑이 흑 1로 잇는
패감을 쓰면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흑이 먼저 이곳을 이으면 패감이 부족한 백은 8, 10으로 `빅'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 7=
, 9=4의 자리. 안 2단은 30여분 동안 그 결과의 손익을 가늠해보고 있었던 것이다.
실전 역시 `백의 팻감 부족'이지만 백 102로 빵때림할 수 있다는 게 큰 차이다. 흑 103, 백 104는 필연. `흑의 후수 빅'형태인데. (80, 86, 92, 98…74/83, 89, 95, 101…77)
< 해설·김재구 8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