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애욕의 소용돌이 (51) ♣

기사입력 1996년 08월 02일 15시 58분


청죽생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원탁을 발로 내지르며 신형을 솟구쳤다. 일신의 몸놀림은 기민하기 짝이 없었다.



벼락치는 듯한 음향과 함께 원탁이 산산조각 부숴져 날았다. 금일 이 방안의 탁자와 의자들은 수난이 많다.



그대로 지붕을 뚫고 올라가는 청죽생.



"어딜…."



일심부주의 신형이 고함과 동시에 튀어 올랐다. 모용추의 교구도 지붕위로 날아 내렸다.



"설마…. 총관이 우리를 상대로 승부를 보려는 건 아니겠지?"



청죽생은 다소 굳어진 신색이었다.



"물론이외다."



모용추는 요사스럽게 웃었다.



"까르르.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어째서 순순히 항복하지 않고 반항하는 거죠?"



"아직은 마무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요."



일심부주는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청조에서 뭘 염탐하라고 지시했는가?"



"일심부의 은자들에게는 뭘 시켰소?"



청죽생은 오히려 일심부주에게 반문했다. 모용추가 그들 사이를 가로 막고 나선다.



"중무련과 청조는 은밀한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이제 총관을 포박하여 우리의 입장을 모면할 것이요."



청죽생은 기가막힌 표정을 지었다.



"과연 모용소저 답구료."



모용추는 화사하게 웃으며 청죽생에게 접근해 왔다. 특유의 방향을 물씬 풍기며 목전으로 다가서는 그녀.



청죽생의 눈이 가느스름해졌다.



모용추의 붉은 입술이 갑자기 오무라 들었다.



`생사탈혼침(生死奪魂針)이다.'



청죽생의 신형이 순간적으로 팽이 마냥 돌았다. 모용추의 입술을 비집고 귀문의 생사침이 발출되었다.



팟 하는 음향과 함께 생사침이 튕겨져 날아갔다.



"후흡."



청죽생은 몹시 놀란듯 숨을 몰아 쉬었다. 그렇지만 모용추 보다 놀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는 놀란 토끼눈이 되어 있었다.



"이럴수가? 귀문(鬼門)의 생사탈혼침을 막아내다니?"



그녀는 귀문의 비전침(秘傳針)을 막거나 피하는 사람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총관 청죽생은 그녀가 알고 있는 것 보다도 훨씬 고강한 고수 일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일심부주의 신형이 훌쩍 떠올랐다.



"이번에는 나의 묵양신공(墨陽神功)을 맛보아라…."



묵양대인이 신공이라면 산악을 뒤집을 듯 위맹한 무공. 일찌기 그의 신공으로 말미암아 황보백령의 팔두마차가 분쇄된 적이 있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