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기] 손목부상 벤치신세 '타석에 서고파'
기사입력 1996년 08월 01일 15시 33분
현대 (28)의 속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삭이지 못해 시커멓게 타버렸다. 전반기 막판 헛스윙을 하다 왼쪽손목 부상을 입는 바람에 개점휴업을 했기 때문이다. 홈런 25개 이상의 시즌초 목표도 수정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고통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참을 수 없는 것은 주장으로서 3연패를 지켜보며 84일만에 선두를 해태에게 빼앗긴데 따른 자책감이다. 게다가 후배 이숭용마저 오른쪽 발등부상으로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주포로서의 체면이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졌다. 부상후 올스타 휴식기간 동안 트레이너가 달라붙다시피 하며 치료를 했지만 도무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인천 롯데전을 끝내고 는 코칭스태프에게 출전을 졸랐다.
더이상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허덕이는 모습을 볼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통사정을 하는 통에 감독은 이튿날 경기전 의 컨디션을 점검했다.
사정은 변함이 없었다.
여전히 손목통증이 남아있어 스윙이 자연스럽지 못한 것.
물론 무리를 하면 대타출전은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감독은 섣불리 출전을 했다가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염려에서 휴식을 지시했다. 31일 경기에서 4-5로 뒤진 9회말 1사 3루의 동점기회가 후속타 불발로 물거품이 되는 광경을 지켜본 는 참담한 심정을 가누지 못해 몇번이고 주먹으로 의자를 치기도 했다. "차마 눈뜨고 볼수 없다. 잘 나가기라도 한다면 응원이라도 열심히 할텐데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겠다." 는 단안을 내렸다.
2일부터 시작되는 대전 한화전에는 그라운드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타석에 설 작정이다. 주포의 건재를 알리고 싶은 의 각오가 빛을 낼지는 두고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