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감독] '우리팀은 아직 모래성'
기사입력 1996년 07월 31일 16시 32분
**'후기 대권론'부담 … 중위권 유지 최선 허정무 전남 감독은 요즘 구단 직원들이나 지역팬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우리 팀은 아직도 모래성입니다."
그러나 팬들은 좀체로 그의 말을 믿으려 들지 않는다.
성미급한 팬들은 한술 더떠 "후기리그서는 정상까지 밟아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하라"고 성화다.
팬들의 이같은 희망사항을 들을 때마다 허감독은 난감할 뿐이다.
물론 전기리그 막판에 전남이 남긴 성적만 놓고 본다면 팬들의 성화도 무리는 아니다.
지난달 17일 전북전에서 승리한 후 내리 3경기를 잡은데다 28일 광양경기서는 전기리그 챔피언 울산 현대를 시종 몰아붙여 무승부를 기록했으니 `후기리그 대권론'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도 있는 상황.
더구나 지난달 13일까지 12경기에서 고작 10골을 뽑아 경기당 1점대에도 미치지 못하던 전남의 공격력이 최근 4경기에서는 8골을 터뜨리는 집중력을 과시해 팬들의 이같은 요구가 일면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허감독은 아직 고개를 가로 젓는다.
"이제 겨우 프로팀다운 체제와 조직력을 정비했을 뿐"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 6월초 상견례에서 느꼈던 선수들의 패배의식이 이젠 어느팀도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뀌었을 뿐 나아진 것이 별반 없다는게 그가 밝히는 `모래성론'의 요지다.
유고 출신 수문장 페트로가 가세, 실점률이 줄어들고 유동우 송광환 김태영 등이 부상과 올림픽 대표팀에서 복귀한데다 부산 대우에서 어렵게 데려온 김정혁이 기대 이상의 플레이를 보여줘 `반짝 돌풍'을 일으켰을 뿐 전남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전력이라는 것.
허감독은 "후반기서 중위권만 유지해도 잘 지은 농사라고 본다"며 애써 겸손해 하지만 팬들의 입장에서 전남은 이제 `마법의 성'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