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들 밤이면 남남
기사입력 1996년 07월 31일 16시 01분
**막판 올림픽 열기에 열대야까지 겹쳐… **한국선전 + 밤기온 25도 …신혼부부도 "혼자잔다" 올림픽과 열대야가 부부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
애틀랜타 올림픽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한국팀의 본격적인 금메달 사냥이 재개되자 남편들이 밤새 TV곁을 떠나지 않는데다 때마침 열대야 현상까지 겹쳐 각방을 쓰는 부부들이 부쩍 늘고 있는 것.
`밤마다 남남'을 호소하는 아내들의 불만은 올림픽에서 한국팀의 선전과 정비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 아현동의 김모씨(30.여.약사)는 "며칠전까지만 해도 한국팀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남편이 TV시청도 끊고 예전처럼 한방에서 `부부답게' 지냈으나 선수가 체조에서 은메달을 따낸뒤부터는 밤만 되면 또다시 거실 TV 앞에서 밤을 지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때마침 중부일원에 퍼부었던 집중호우가 그치면서 밤기온이 섭씨 25도가 넘는 열대야 현상이 연일 계속되는 것도 부부금실을 갈라놓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갓난 아기가 있는 부부의 경우는 십중팔구 각방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부 김미숙씨(29.서울 종로구 청운동)는 "아무리 여름이지만 아기가 밤바람을 쐬서는 안될 것 같아 창문을 닫고 잔다"며 "그러나 더위를 참지 못하는 남편은 거실에서 밤을 보낸다"고 말했다.
신혼부부도 예외는 아니다.
결혼한지 보름됐다는 주부 유민희씨(26.대구시 범어동)는 남편과 벌써 두번이나 부부싸움을 했다.
남편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시작된 올림픽에만 눈독을 들여 난생처음 부부싸움을 경험했는데 며칠전에는 이부자리를 챙겨 슬그머니 에어컨이 있는 거실로 사라져 또 한바탕 싸웠다는 것.
이제는 아예 거실에 요를 깔아주고 있다는 유씨는 "처음에는 내가 싫어서 그러는 것으로 오해했다"며 "올림픽과 열대야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각방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가 `합방식'을 치르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보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의 한 관계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열대야 현상은 이달 중순까지 계속될 전망"이라며 "이 기간 동안에는 밤에도 불쾌지수가 80이 넘어 사소한 일로 부부싸움을 하는 가정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