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백두산은 지금] 신세대, 3대 오락-스포츠

기사입력 1996년 07월 31일 15시 09분

## “트럼프-당구-볼링은 기본” 10~20년쯤 뒤져 한국을 닮아가는 요즘 연길시에선 트럼프(중국식 훌라)와 당구, 볼링이 신세대 3대 오락-스포츠로 떠올랐다. 70년대 한국에 화투가 국민적 오락으로 대유행했듯 별다른 밤놀이가 없는 중국에선 요즘 트럼프가 장기나 마장(마작) 만큼이나 인기가 높다.

@@ 3곳밖에 없는 볼링장 귀족스포츠 대명사 반면 연길시에 3곳밖에 없는 볼링장은 귀족스포츠의 대명사. 당구는 서민풍의 실외당구장과 귀족풍 실내당구장이 양극을 달리고 있다.

연변 당구장은 99%가 포켓볼당구장이다. 15개의 공을 나눠친 뒤 마지막에 8볼을 넣는 에잇볼.

야외 당구장은 중국 특유의 산물이다. 쓰다만 허름한 포켓당구대가 가는 곳마다 천막지붕아래 1~4대쯤 놓여있다.

공이 굴러가는게 신통찮아 빵빵 때려치는 모습이 별나다. 요금은 1게임당 100원부터 300원까지. 한끼 밥값이다.

당구장은 한때 내기당구가 성행해 나라에서 강력 단속한 적이 있다. 그러나 개방정책 이후엔 폭력만 없다면 신경 뚝.

비싼 실내당구장은 겁없는 신세대층이 두터워진 최근 1년 사이 무려 10곳 가까이 늘어 연길시에만 16곳이 성업중이다.

최고급 실내장식과 어우러진 실내당구장은 1게임당 비용이 연길시내 어디든 갈 수 있는 택시 요금과 같은 500원. 외국인 회사나 옷장사, 무역업, 전문 관광가이드업 등으로 목돈을 만진 신세대층이 아니면 출입이 어렵다. 거의 24시간 젊은 남녀들이다. 그중 13층짜리 연길백화점 빌딩 공중낙원은 당구장과 함께 가라오케-바, 볼링장을 함께 갖춰 연길시에서 가장 물좋은 젊은이들, 이른바 연변 오렌지족이 북적거리는 곳중의 하나.

1게임에 무려 2000원. 한쌍의 연인이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양식저녁을 먹고, 가라오케-바에 갔다가 디저트 스포츠로 볼링을 치면 일반근로자의 2~3달치 월급이 몽창 나간다.

이들은 부모를 잘 만난 `한국형' 오렌지족도 있지만, 개방의 짧은 격변기에 떼돈을 만진 `자수성가형' 오렌지족도 상당수 차지한다.

< 조경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