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애욕의 소용돌이 (48) ♣
기사입력 1996년 07월 30일 14시 09분
일심부주 묵양대인은 사매 모용추의 의중을 전혀 알지 못했다. 모용추가 그의 곁으로 다가들었다.
"사형은 저를 믿나요?"
사매 모용추를 자신이 신뢰한 적이 있었던가?
일심부주는 그런 기억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었다. 고개를 끄덕여줬다.
"나중에 모두 설명해 드리죠."
모용추는 교태롭게 웃었다. 묵양대인은 동의를 표시 했지만 그녀의 내심은 여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
묵양대인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를 믿어서가 아니었다. 다만 그녀를 가슴에 품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심부의 막내사매 모용추는 그의 원대한 야심에 있어서 마지막 표적이었던 것이다.
혈마사주 묵기량아 칼을 회수하며 황보백령에게 역시 물었다.
"어떤 묵계이옵니까?"
황금사원의 황보백령이 선택한 길은 정녕 궁금했다. 황보백령이 희미한 미소를 던졌다.
"가는 길에 설명하겠소"
앞장 서라는 이야기다. 묵기량은 망설이지 않고 성큼성큼 일심부의 의사청 앞을 가로 지르기 시작했다. 그 뒤를 중무련의 남궁도가 여전히 황보백령을 부축하며 따라갔다. 혈마사의 고수들도 물러났다. 모용추는 마치 절친한 친구를 배응하 듯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보름 후에 그 곳에서 만나요."
남궁도가 돌아보며 포권을 했다.
"기다리겠소."
그들이 일심부를 떠나자 모용추는 사형의 소매를 끌고 의사청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내부는 깨끗이 정돈되 있었다.
일심부주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물었다.
"보름 후에 어디서 만난다는 것이요?"
모용추는 서슴없이 대꾸했다.
"봉황곡이요."
일심부주의 노안(老顔)에 가득 의혹이 떠올랐다.
"그곳은 칠월 칠석 날 봉황제전을 열어 입구를 개방하기로 합의 하지 않았소?"
"일심부는 그때까지 기다리지 못해요. 그래서 황보백령을 잡아 드린게 아니었나요?"
"그랬소"
모용추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던졌다.
"그 날은 전 무림동도들이 봉황곡으로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루게 될겁니다. 봉황곡의 진입을 위하여 그들은 생사를 걸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죠. 불상사가 벌어지고 극도의 혼란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럴거요"
"난 중무련에게 그러한 일을 미연에 방지 하도록 협상을 꾀한 겁니다. 오직 중무련과 황금사원 그리고 우리 일심부만 봉황곡에 들어갈 수 있도록……."
일심부주의 두 눈이 화등잔만 하게 벌어졌다.
"과연… 사매로군."
이때였다. 모용추의 눈매가 날카롭게 밖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