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 <제18화> 애욕의 소용돌이 (47) ♣
기사입력 1996년 07월 29일 18시 33분
당세 무적의 고수라 불릴만한 신비문파 일심부의 주인. 그의 일장은 실로 위맹했다. 묵기량은 주르르 밀려나며 울컥 한 모금의 선혈을 토해내고 만다. 일심부주는 만족한 표정이었다. "어떤가?" 묵기량은 핏물을 뱉어내며 일신의 공력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내상으로 인하여 운기가 용이하지 않았다. "음." 그는 신음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소리를 흘리며 일심부주의와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상처를 입은 사람답지 않게 경쾌한 발걸음. 칼끝은 섬광으로 번쩍이고 그의 동공은 일심부주에게 고정되어 역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장내에서 많은 인물들이 대치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고요한 침묵속으로 빠져들었다. 혈마사 자객들과 인검수들은 서로의 충돌을 자재한채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 긴장감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묵기량은 생각했다. 어쩌면 이번 일초가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마지막 시도하는 검초일는지 모른다. 갑자기 한 여인의 자태가 뇌를 스쳐갔다. 백치미를 지니고 있는 그녀는 참으로 우아했다. 청부자객으로 살아온 자신의 뿌리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던 황금사원의 여주인. "흣." 자조적인 웃음이 입꼬리에 걸렸을 때 그가 원하는 대상이 실제로 등장했다. 황보백령. 백지장같은 안색이었고 몹시 초췌해 보였지만 그녀는 분명 황금사원의 황보백령 이었다. 묵기량의 일신이 가볍게 진동을 일으켰다. 그녀 황보백령을 부축하고 걸어오는 남궁도. 중무련의 젊은 영웅은 지금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황보백령을 이끌고 있었다. 묵기량은 내심 탄식을 토했다. ‘넌 그녀에게 운이 없는가?’ 이순간 묵기량의 냉혈철심은 찾아보기 힘들다. 단지 그는 원하는 여인의 사랑을 갈구하는 평범한 사내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서 사랑이란 참으로 해괴한 것이다. 황보백령이 나직하게 그를 불렀다. "묵대협…." 묵기량은 적어도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칼을 거두어요." 묵기량은 일심부주를 무섭게 노려보며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혈마사를 우롱하고 황금사원을 능멸했습니다." 황보백령은 크게 한 숨을 내쉬었다. "나는 중무련의 남궁대협, 일심부의 모용낭자와 함께 새로운 협상을 맺었어요." 그녀의 말에 묵기량은 물론이고 일심부주도 크게 놀라마지 않는다. 대관절 어떤 협상을 했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