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정하준부장] '패션金'위해 동분서주
기사입력 1996년 07월 29일 18시 11분
"예상만큼 성적이 나지않아 죄인이 된 기분입니다." 상사의 정하준 부장(46)은 "한국선수들이 부진하자 유니폼 공급업체 책임자로서 혹시 선수들의 옷이 몸에 맞지 않은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며 "하루빨리 금메달 소식을 전해줬으면 좋겠다"고 노심초사한다.
그도 그럴것이 정 부장은 지난 12년간을 한국 스포츠와 영욕을 함께했던 장외 선수단원이기 때문이다.
84년 올림픽때부터 상사가 유니폼 공급업체로 지정되면서 정 부장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유니폼 사고'를 대비해 한국선수단이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국제대회면 아예 전문 봉제사를 대동하고 만약에 사태에 대비해 왔다.
올림픽부터 서울 바르셀로나 애틀랜타 등 4번의 하계올림픽 `출전'에다 4번의 동계올림픽, 역시 4번의 아시안게임과 유니버시아드대회를 뒷바라지해 왔다.
그런탓에 정부장은 이제는 선수들의 얼굴만봐 도 컨디션을 알 수 있을 정도다.
하계올림픽의 경우 약 3억5천만원, 동계올림픽은 2억원 상당의 유니폼과 트레이닝복은 물론 선수단 단복까지를 지원해 한국선수들의 패션은 모두가 정 부장의 머리에서 나온 셈이다.
"특히 최근엔 선수들의 복장 하나하나가 세계 메스컴의 관심을 끌고있기 때문에 디자인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정부장은 "개막식이나 폐막식때는 마치 자신의 능력을 시험받는 것 같이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대회때마다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하는 복장을 디자인해 왔지만 늘 불안감을 느낀다는 정 부장은 이번대회에도 각 경기장을 돌아다니며 각국 선수단의 트레이닝복과 유니폼을 사진에 담기에 분주하다.
배재고-단국대 시절 멀리뛰기 국가대표를 지냈던 정부장은 금메달을 따기위한 선수나 코칭스태프 못지않게 올림픽 경기장 이곳저곳을 순회하며 `패션 금메달'을 향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