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캠페인] 즐거운 야구장을 만들자
기사입력 1996년 07월 29일 17시 29분
**"애들이 배울까 겁난다" 단일민족이 자랑하는 공통적인 민족정서는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다. `나의 나라'를 `우리나라', `나의 회사'를 `우리회사' 등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단수와 복수를 혼용해도 거슬리지 않는다.
굳이 올림픽 슬로건인 `화합'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우리 민족은 태어나면서부터 저절로 `화합의 정신'이 몸에 배 있다.
그러나 꼭 예외인 곳이 있다.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는 경기장에 들어서면 `우리'는 없고 `나'만 있다.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상대편의 멋진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기는 커녕 비난이 쏟아지기 일쑤다.
열기가 고조되면 비난은 상대팀을 향한 독설로 이어지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은 때로 경기장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종과 체제가 다른 세계인들의 한마당잔치인 올림픽에서도 1등과 꼴찌가 똑같은 박수를 받는 것과 달리 우리의 현실은 정반대의 모습인 것이다.
`바보' `병신' 따위는 일상적인 응원용어가 됐고 시정잡배나 쓰는 쌍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는 곳이 한국의 경기장이다.
심지어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선수들이 실수를 할라치면 마치 `원수'를 대하듯 갖은 독설을 퍼붓기도 한다.
욕하는 사람은 그렇다치고 문제는 이제 막 야구에 재미를 들인 어린이와 순수팬들이 알게모르게 겪는 피해다.
어린이들은 건전한 응원문화를 접하기도 전에 지각없는 어른들이 사용하는 `야구장 전용독설'을 익히는 바람에 인성발달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받고 있다.
"애들을 데리고 오기가 겁난다"는 일부 팬들의 하소연이 엄살만은 아니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과 그 민족의 의식수준을 대변하는 얼굴이다.
우리는 이제 승부욕에 집착하는 낯뜨거운 입이 아니라 칭찬과 격려, 교육현장으로서의 장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