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53)
기사입력 1996년 07월 29일 13시 37분
+++++ 방송국은 울지 않는다(3) ++++. 그녀가 울겠다는 말은 모두를 안심시켰다. 물론 기자중엔 사건이 아예 펑크나서 더 자극적으로 결말이 나기를 바라는 측도 있었겠지만. "됐습니다. 감독님 윤지희씨 콘티대로 하시기로 했습니다. 녹화장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귀신잡는 AD정현표는 와이어리스 마이크에 대고 신나게 외쳤다. 윤지희 손을 붙잡고 국장은 고마워 어쩔 줄 모른다. 속으로는 얼마나 쓰고자존심이 팍팍 상해 대성통곡하고 싶겠는가.
아랫것들 눈치보면서 일하는 이따위방송국에 정작 사표를 쓰고 싶은 양반은 PD가 아니라 저 사람좋은 국장님이게다. 윤지희가 들어오고 국장과 기자들이 카메라 뒤쪽편으로 물러서자 세트장은 다시 분주해졌다.
툴툴거리던 올케와 시어머니역 탤런트가 응접실세트에서 자세를 잡았다. 그러나 정작 울겠다던 윤지희는 표독한 표정을 지은채 부조쪽을 향하여 차갑게 내뱉었다. "나 그냥은 못 울어요". 엑! 모두가 황당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울 마음의 준비는 돼 있어요. 그런데 눈물이 안나와요. 나 눈물흘리는 연기때 안약 안쓰는 거는 잘 아시죠?". 그녀의 그 다음 말에 모두가 침을 꿀꺽 삼킨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감독님, 나 우는 것 보실려면요 여기 내려오셔서 뺨 따귀를 때려주세요!". 모두가 으악 넘어갔다. 설마 저런 말이 톱스타의 입에서 나온 다는게기가 막힌거다. 그러나 더욱 기가 막힌 건 그말을 듣고 내려 온 PD가 역시 차가운 얼굴로 그녀뺨을 대차게 갈겼다는 것이다. "연기를 도와주는 셈치고". 으아앙! PD가 부조종실로 올라간 후 어김없이 대성통곡이 터졌다. 분통이 터져서 남편과 올케 시어머니에게 길길이 날뛰며 눈물을 수돗물 호수처럼 뿜어대는 그녀의 연기는 모두를 시큼하게 했다. "언니 참고 넘어가라구요? 애를 봐서 말씀하신게 실수가 있어요. 만약 제가 바람을 피우고 그 남자가 우리집에 전화를 걸어댔도 그런식으로당신 아드님에게 말씀하실수 있어요? 다 나가란 말이에욧...으앙...으앙앙". 빤한 드라마셀리프이지만 윤지희 펑펑 튀는 눈물의 불똥엔 소름까치는 분위기가 배어있었다. 그녀 얼굴이 온통 눈물의 바다가 되었을때 부조에서 PD의 점잖은 사인이 내려왔다. "OK! 좋습니다". 현표는 OK사인이 떨어진 순간 사람들 얼굴을 기민하게 살폈다. 스태프들은 물론이고 여자탤런트들은 어이 없는 듯 벙쩌 있다. 이리곤 윤지희가 뺨맞는데 대해 그녀를 달래며 감싸안는다. 기자들은 이미 자리에 없었다.
윤지희가 표독스러운 얼굴로 뺨맞는 순간 그들 자동카메라 플래시가 뻔적거렸다. 이번주내내 연예특종이 결정나는 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