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52)
기사입력 1996년 07월 28일 17시 37분
---- 방송국은 울지 않는다 (2) ----. "이봐 이감독. 도대체 왜 이래". 국장은 사정을 알고 난 뒤로 곧바로 부조정실로 올라왔다. 윤지희라는 애를 달래는 것보다는 자기 부하를 설득하는게 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장국장님, 나한테 이러면 어떻게 합니까. 배우한테가서 말을 들으라고 그래야지" "어이 드라마 한두번 해보냐, 윤지희가 운다고 명작되고 안운다고 사람들이 TV 안보냐?". "나는 장국장님 그런 발상이 불만입니다.
당연히 콘티대로 가고 있는데 배우에게 틀어버리면 배우를 뭐라 그래야지 연출자만 나무라면 이거일 어떻게 합니까? 안그래요 김형?". PD는 장국장과 같이 올라온 D신문의 기자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럼 맞죠, 장국장, 저애 한번 혼나야돼요. 제가 언제적부터 윤지희라고". 분장실에선 모두가 조용하게 윤지희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콘티라 해도 안 좋으면 바꾸는거 아니에요? 보세요. 이 대본이게 어떻게 펑펑 대성통곡하는 장면이에요. 남편 바람 피웠다고 초상집처럼 울어대고 싸우면 쌍팔년도 드라마 아니에요. 이제 곧21세기예요.난 어제 밤새 생각해 보았는데 아무리 해도 우는 것 보단 오히려 차분한척 웃으며 대처하는게 훨씬 나은 연기라고 결론냈어요.
안그래요 국장님". 사람좋은 국장은 곤란한 표정으로 허허 너털웃음만 지으며 끄덕끄덕. "강기자님 그렇게 생각 않으세요?". J신문 방송담당 여기자는 윤지희 쪽에 카드를 들었다. "그럼 그게 내면연기지, 윤지희는 그런 연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데". 분장실에 들어온 기자들을 분주하게 메모를 해댔다. 스포츠신문의 정기자에게 이이상 좋은 기사가 없다는 듯 거의 오르가슴의 표정 `톱 탤런트 못울겠다고 녹화중단' `윤지희 대성통곡 거부 녹화장에 드러눕다' 뭐그런식의 기사가 머릿속에서 핑핑 돌아가는 거다. AD중의 AD귀신잡는 정현표는 기자들의 얼굴을 예리하게 체크했다. 분장실의 분위기가 윤지희쪽으로 기울 때 현표는 리시버를 만지며 부조정실로부터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감독님이 녹화 끝내겠대는데요. 자기가 사표 쓰신데요". 현표는 일부러 국장을 향해 잔뜩 불쌍한 얼굴로 PD의 말을 전했다. 국장은 땀나는 표정으로 눈을 껌벅댄다. 안그래도 PD랑 작가싸움에서 작가쪽을 두둔하다 후배들의 집단항의를받은게 겨우 한달전이다. 반면 이젠 영화만 하겠다고 우기는 윤지희를 다른 방송국 제치고 단독으로 드라마에 모셔다 쓰고 있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는 장국장이다. 이번 것이 잘되면 이쪽 방송국의 거의 전속으로 써먹을 수가 있다. "윤지희씨 정 안되는건가? 정말 울어서 드라마가 안되는 거다 그러면내가 이감독한테 또 올라가는 수 밖에 없지". 윤지희는 주위사람들을 쭉 둘러보며 한숨을 쉬어댔다. 그리곤 착잡한목소리로 답한다. "죄송해요. 저때문에 모두... 저 울게요. 그치만 조건이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