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애욕의 소용돌이 (46) ♣

기사입력 1996년 07월 28일 17시 03분


혈마사의 혈영(血影)들이 일심부의 담장을 뛰어넘어 쇄도해 오고 있었다. 휘-익, 휙. 바람을 가르는 파공성과 함께 그들은 일심부의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날았다. 동작은 빠르고 절도가 있었다.

순식간에 그들은 묵기량이 일심부주와 대치하고 있는 장소로 모여 들었다. 의사청의 앞마당은 금방 팽팽한 살기로 가득했다.

일심부주가 호기를 부렸다.

"하하하, 이제보니 묵기량 당신이 단신으로 방문한건 아니었군."

혈마사주 묵기량이 응수했다.

"일심부는 무한대의 능력을 숨기고 있는 문파이거늘 내 무슨 담력으로 혼자 왔겠는가?"

일심부주는 묵기량의 좌우로 도열해 있는 혈영들을 훑어본다. "그들을 믿고 일심부를 업신 여긴다는 말인가?"

"지금이라도 황보소저만 풀어주면 우린 물러갈 것이다."

묵양대인의 눈가에 순간적으로 노기가 떠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사매 모용추의 대응 자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황보백령을 무사히 데려가고 싶다면 우선 본 부주의 허락을 받아야 할 것이다. 거역한 자는 살아남지 못한다."

싸늘한 호통과 동시에 일심부주의 신형이 기쾌하게 번쩍였다. 그는 몸을 날리면서 묵기량의 뒤편 혈영들을 단번에 쓸어갔다.

과연 묵양대인의 공격은 빨랐다.

쌍장을 교차하는 순간에 상상하기 어려운 경력(勁力)이 혈마사의 자객들에게 휘몰아쳐갔다.

츠츠츳.

자객들의 대응도 일사불란(一絲不亂)했다.

그들은 칼을 휘두르며 묵양대인의 장력권내로 파고 들었다. 검광이 번쩍이며 무시무시한 살기가 장내를 가득 메웠다.

고막을 찢는 듯한 굉음과 동시에 두 명의 혈영이 단말마(斷末魔)를 내지르며 퉁겨져 날아갔다.

"으악."

그들은 칠공(七孔)으로부터 핏줄기를 뿜어내며 나뒹굴었다. 특히 칼을 쥐었던 손아귀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찢겨져 피가 흘렀다.

그 광경을 목격한 묵기량은 눈알이 뒤집힐 정도다.

"용서치 않으리라!"

분노한 혈마사주의 칼에서는 마치 피바람이 일어나는 듯 위맹한 소음이 작렬했다. 일심부주의 신형이 빙글 돌아갔다.

예리한 음향과 동시에 묵양대인의 가슴부위에 혈선이 그어졌다. 상처는 미약했지만 묵양대인은 얼굴이 붉어졌다.

"진정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리려는가?"

묵양대인의 눈에서 신광이 폭사된다. 실로 소름끼치도록 냉정한 눈빛이었다. 혈마사주 묵기량은 기선을 잡고 공세를 늦추지 않는다.

"누가 먼저 관을 볼 것인가?"

일심부주는 방위를 밟으며 재빨리 손을 뒤집는다. 그의 장심에서 노도와 같은 기류가 뿜어져 묵기량의 전신으로 휘몰아쳐갔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