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 나이트] 수박에 얽힌 3가지 이야기
기사입력 1996년 07월 27일 15시 19분
과일가게에서 파는 채소가 수박이란다. 수박 얘기.
그 누구나 싫어하는 것이 주름살인데 어떤 또라이호박은 자신의 몸에 마치 주임상사처럼 노련해 보이려고 많은 주름살을 그어 다른 것으로 변했는데 그것이 수박이 되었다는 책에 나오지 않은 전설도 있다. 그 뒤로 많은 후배호박들이 자기들도 줄을 그어 신분상승을 꾀하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를 해서 지금도 `호박이 줄 긋는다고 수박되지 않는다'는 속담도 생겼다. 어떻게 된 것이 사위마다 망나니이리 장인이 한탄을 했다.
"수박장수들이 삼각표로 따봐서 익지 않았으면 돈을 안 받겠습니다-라고 하듯 딸 달라고 오는 놈들 머릿속 좀 보게 사람머리도 수박 같았음 좋겠어." 그러나 그 건 위험한 생각이고 사실은 노력한 농부들처럼 두들겨 보고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구분할 수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이등병 달고 자대에 간 날 내무반장이 입대 전에 몽유병이 없었느냐고 물었다. 왜 그런 걸 묻나 했더니 내무반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중대원들이 점호를 마치고 취침에 들어갔다. 다 자는 건 아니고 한 병사는 불침번을 섰는데 그가 전우들을 지키다가 끔찍한 일을 목격한 것이다. 잠을 잘 자던 한녀석이 일어나 총에 꽂힌 대검을 뽑아들더니 실실 웃는 거였다. 흐익, 숨이 거의 멎은 불침번이 어쩔줄 모르고 있는데 녀석은 중대원들 30여명의 머리를 톡톡 두들겨 보더란다. 얼마나 놀랐겠는가. 다음날 아침 밝혀진 일인데 대검을 뽑아든 그 녀석은 몽유병이 심했고 그는 간밤에 수박 고르는 꿈을 꿨다는 것이다. 으히유! 안 익은 수박이 있었더라면….
서양서는 `수박씨 멀리윽기'등의 콘테스트가 있는 모양인데 우리나라엔 수박씨에 대한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새며느리를 무척이나 예뻐하는 시아버지가 있었다. 며느리가 무슨 일을 하든 "쉬었다가 하려므나"했다. 물을 길어도 빨래를 해도 밥을 해도…. 여름날, 며느리가 아들과 수박을 먹고 있자 역시 다정한 음성으로 "얘, 아가! 씨 파고 먹어라"한 것이다. 그 말에 며느리는 얼굴을 심하게 붉히며 "아이, 아버님도…"한 뒤 신랑을 방으로 데리고 들어 가더라나 어쩌더라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