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50)
기사입력 1996년 07월 26일 14시 57분
------ 아름답고 따스한 사랑 (마지막회) ------. "난 안 졸려요, 만약 졸리면 기차에서 눈을 붙이세요" "옛? 기차?". 그는 깜짝 놀랐다. 호텔에 같이 가자는데 무슨 기차 얘기란 말인가. "서울행 기차표를 끊어놨어요. 새마을호 새벽 5시". 오! 노! 이런 끔찍한 사태가 일어날 줄이야. 그는 있는 힘을 다해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 얄미웠다. 사랑의 신이여, 밤차로 내려와서 새벽차로 가자는 여자를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대 쥐어박을까요? 아니면 우리는 어른이니까 같이 호텔에 가야한다고 잘 타이를까요?. 그의 표정이 굳어지는 걸 보고 그녀가 말도 안되는 질문을 해댄다. "부산서 더 계실거면 저 혼자 올라가도 돼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 선생님도 내일 수업 때문에 학교엘 가야 되지 않아요?". 안가도 된다. 같이 있을 수 있다면 학교 안가도 좋다. 선생님도 가끔은 결근계를 내고 학교 안나가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다. "좋습니다. 얼마나 쌈박합니까?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로 왔다가 모닝트레인으로 간다. 이거 얼마나 상큼한 데이트 입니까?" "그렇죠? 그렇게 생각하실 줄 알았어요! 역시 저랑 감각이...". 그는 자신을 또한번 속였다. 아침 첫 차를 타고 가게 되어 정말 기쁜듯 싱글싱글 건강하게 웃으며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울로 오는 기차여행은 덜 심심했다. 그녀가 있으니까. "만약에, 만약에 말이지요? 우리가 둘다 역사에 남는 사람이 된다면말이지요? 오늘 이렇게 기차를 타고 둘이서 데이트 했던 것도 역사에 남게되는 건가요?" "안 남겠지요. 우리 둘이 다른 사람들 몰래 이 기차에서 껴안고 아기가 잉태돼서 그 아기가 우주괴물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인물이 되면 모를까?". 그는 사랑에의 아쉬움을 그렇게 돌려서 표현했다. "저랑 아기를 잉태하고 싶으세요?". 갑작스런 그녀의 질문에 그는 머리에 박격포를 한방 먹었다. 슈-우-웅 쾅! 껴안는 생각이야 했지만 아기는... "저기 말이죠, 이 세상에서 제일 따스한 사랑은...제가 생각하기엔...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해서 아름다운 아기를 낳고 따스하게 품어주는 거라 생각해요. 선생님 생각은 어떠세요?". 그는 할말을 잊었다. 늘 아름답고 따스한 여자를 찾았던 것은 자기다.그러나 아름답고 따스한 사랑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그는 막연했다. 아름답고 따스한 여자와의 섹스? 그렇게 대답하기엔... ...2년 후 여름, 서울역 매표창구. "아기도 표 삽니까? 예예, 돌이 갓 지난 아기인데요". 잠자리를 같이 한지 1년 11개월 된 부부가 아름다운 아기를 안고 여름휴가를 떠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