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중계] 남편들 밤샘 시청
기사입력 1996년 07월 25일 16시 40분
## 때문에 아내들이 괴롭다. 밤새 TV 앞에 앉아 `올림픽 관전'을 하는 남편들 때문이다.
주부 김모씨(31.서울 성산동). 올림픽게임이 시작된 뒤로 증권회사 영업부에 근무하는 남편 주모씨(35)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몸고생은 물론 마음고생도 작심이다. 우선 출근시간만 되면 남편을 깨우느라 한바탕 전투를 해야 한다. 남편이 밤새 TV 앞에서 비몽사몽하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들기 때문이다. 아무리 일찍 잠자리에 들라고 바가지를 긁어도 쇠귀에 경 읽기다. 남편 옆에서 밤새 뒤치다꺼리하는 일도 수월찮다. 오후 11시나 12시쯤 되면 맥주와 함께 과일 오징어 등 안주나 야참을 준비해 놓아야 하는 것이다. 마음고생도 심하다.
아침에 정신없이 일어난 남편을 위해 아침상을 차리지만 입맛이 깔깔한 남편은 `나 몰라라'하고 수저 들 생각을 않는다. 속이 상한다. 하루 한갑쯤 담배를 태우던 남편은 밤을 새며 줄담배를 피워댄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게임을 잘 풀어가지 못하면 담배를 입에 무는 빈도가 더욱 늘어난다. 속이 터진다. 김씨는 남편 때문에 본의 아니게 거짓말도 했다. 남편은 벌써 지각을 두번이나 했다. 평소보다 두시간이나 늦게 일어나 두번째 지각하던 날에는 회사에서 "왜 출근하지 않느냐"는 전화까지 왔다. 김씨는 "어제 밤새 몸살을 앓아 좀 늦었다" 고 둘러댔다. 미리 남편과 입을 맞춰둔 시나리오였지만 소심한 김씨는 전화를 받으면서 가슴이 다 두근거릴 지경이었다. 요즘들어 생활비도 늘었다.
야참준비를 하느라 들어가는 돈이 하루 1만원 정도는 된다.
늦게 일어난 남편은 출근 때마다 늦었다며 택시비를 요구한다. 눈치를 보아하니 낮에는 눈을 붙이러 이발소나 사우나탕을 순례하는 것 같다. 그 돈도 생활비에서 나감은 물론이다.
유도에서 금메달이 두개나 쏟아지던 지난 23일, 남편은 기분좋다고 회사 사람들을 몰고나가 20만원이나 되는 술값을 카드로 긁어 한바탕 부부싸움을 치렀다. 김씨는 "올림픽게임이 끝나기 전에는 남편의 `탕아생활'을 막을 방법이 없을 것 같다"며 "요즘은 친구들을 만나거나 전화하면 대화의 토픽이 대부분 `철없는 남편들'을 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들이여, 어서 `돌아온 탕아'가 되어다오-.
아내들의 또다른 소망이다.
